박태환이 23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의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출발하고 있다. 부다페스트/AP 연합뉴스
박태환이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쑨양은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박태환(28·인천시청)이 24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1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4위(3분44초38)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6년 만의 세계대회 정상 도전이었고, 주 종목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한때 박태환을 보고 배웠던 중국의 쑨양(3분41초38)이 금메달을 따며 세계대회 3연패를 일궜고, 리우 금메달리스트인 호주의 맥 호튼(3분43초85)과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3초93)가 2·3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은 마지막 350~400m 구간에서 가장 빨리 헤엄쳤지만 아깝게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6번 레인의 박태환은 5번 레인의 쑨양과 초반부터 경쟁하며 100m까지 1위를 지켰다. 하지만 150m 지점부터 쑨양이 치고 나갔고, 미처 쫓아가지 못한 박태환은 250m 지점에서는 4위로 밀렸다. 박태환은 350~400m 구간에서 26초43으로 가장 빨랐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민상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박태환이 초반부에 조금 치고 나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계속 쫓아가다가 장기인 막판 스퍼트로 승부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노 감독은 “박태환이 많이 화가 났을 것이다. 오기도 있고 욕심도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200m나 1500m 경쟁에서 더 독한 마음으로 역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쑨양은 골인 뒤 가장자리에서 뛴 호튼 쪽을 향해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주먹으로 물을 치며 포효하는 모습에서 호튼에 대한 승리감을 드러냈다. 호튼은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쑨양은 도핑한 선수”라며 심리적으로 쑨양을 자극했다.
23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대회에서 접영 100m 결선에 진출한 안세현(왼쪽)과 개인혼영 200m 결선에 오른 김서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태환은 한때 자신을 롤모델로 삼았던 쑨양이 3초나 앞서 들어오면서 상념에 잠겼을 것으로 보인다. 쑨양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박태환의 동영상을 연구하며 급성장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 400m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이제는 맞수를 넘어 박태환이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박태환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쉽다. 잊어버리고 200m를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국 여자수영의 기대주 안세현(22·SK텔레콤)은 접영 100m 결선에 진출해 한국 선수로는 여섯번째로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여자 접영에서는 처음이다. 김서영(23·경북도청)은 한국 선수 최초로 접영-배영-평영-자유형을 펼치는 여자 200m 개인혼영에서 역시 본선에 진출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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