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선수인 스테픈 커리(왼쪽)가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 투어 서울 행사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양이 눈에 빛나는 얼굴은 멀리서도 환했다. 농구에 최적화된 날렵한 몸의 커리가 “안녕하세요”라고 하자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슈퍼 스타임을 티내지 않고 무릎을 꿇고 사인을 해줄 정도의 겸손함까지 갖춘 커리. 미국의 스포츠용품사인 언더아머의 상업적 기획과 별개로 그는 역시 프로페셔널이었다.
미국프로농구(NBA) 당대 최고의 스타 스테픈 커리(29·골든 스테이트)가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00여 한국팬들을 만났다. 언더아머의 농구화 ‘커리 3ZERO’ 출시 기념 아시아 투어로 기획된 이날 행사에서 커리는 유소년 농구팀을 지도하고, 미니게임에 직접 출전하는 등 2시간 동안 쇼를 펼쳤다. 자선기금 적립을 위한 3점슛 이벤트에서는 25개의 공 가운데 12개만을 성공시켰고, 하프라인에서 던진 5개의 공은 모두 림을 벗어났다. 하지만 역대 미국프로농구 시즌 최다 3점슛 기록(402개)을 보유하고, 2015~16 시즌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커리에게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하프라인 슈팅 경연에서 우승한 팬에게는 무릎을 굽혀 신발을 풀러주고, 새 신발을 직접 신겨주기도 했다.
이날 유소년 중심으로 이뤄진 미니게임에서는 은퇴한 우지원과 함께 같은 팀에서 뛰며 한국 농구의 전설인 주희정과 이미선이 뛰는 상대팀과의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커리는 10분 경기에서 점수 차가 벌어지자 감독 역할에서 선수로 투입된 뒤 0.3초만에 이뤄지는 특유의 속사 3점포와 총알같은 드리블을 선보였으나 팀은 25-28로 졌다. 엔비에이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뛰는 동생 세스 커리(27)도 형과 함께 이벤트에 참가했다.
가족과 함께 전용기로 방한한 커리는 3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많이 알고 싶다. 괜찮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 “이태원”이라는 사회자의 답을 듣기도 했다. 최근 골든 스테이트와 5년 간 2억10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한 커리는 연봉 4000만달러를 돌파한 엔비에이 사상 최초의 선수로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의 기록을 깼다. 언더아머와도 2024년까지 후원금과 주식지분을 받기로 돼 있는 등 특급스타로서의 대접을 받고 있다.
2009년 엔비에이 드래프트 전체 7위로 뽑힌 커리는 평범한 신체(1m91)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는 연습벌레다. 커리는 “내가 가장 늦게까지 연습장에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다. 다만 효율적으로 연습하려고 노력한다. 한계에 도전해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받자,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즐기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매 순간을 마지막 순간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과 올해 챔피언 반지를 낀 커리는 “아직도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 결승전까지 시간이 길고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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