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일럽 드레설이 2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접영 100m에서 우승한 뒤 좋아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박태환은 희망과 과제를 남겼고, 안세현과 김서영은 스타 탄생을 알렸다.
30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성과는 박태환의 재기 가능성을 확인한 점과 ‘차세대 주역’의 본격적인 세계 무대 겨냥으로 압축된다. 박태환(28·인천시청)은 노메달에 그쳤지만,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4위에 오르면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자유형 200m에서는 결선 8명 중 최고령으로 체력의 한계를 노출해 8위에 머물렀고, 1500m에서는 9위로 아쉽게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장거리인 1500m에서 14분59초44로 ‘15분대 벽’을 깬 것이 놀랍다.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짧은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참 열심히 뛰었다. 체력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내년 아시안게임이나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는 400m 주종목을 중심으로 선별해서 메달을 노리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태환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400m 금메달을 보고 자란 후배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호주의 세계적인 지도자 마이클 볼 코치의 지도를 받는 안세현(22·SK텔레콤)은 여자 접영 100m에서 두 차례 한국신기록을 작성하며 결선(5위)에 올랐고, 접영 200m에서는 역대 한국 여자선수 최고기록인 4위를 차지했다. 볼 코치의 체계적인 지도와 한국형 체력훈련, 특유의 승부근성이 이룬 합작품이다. 접영 200m에서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을 모두 제압해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김서영(23·경북도청) 역시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 올라 6위를 차지했다. 역대 세계선수권 본선에 진출한 선수는 안세현과 김서영을 포함해 6명이지만, 개인혼영에서는 김서영이 유일하다. 정상권과는 차이가 있지만 향후 가능성은 확인했다. 노민상 감독은 “한 대회에서 3명의 본선진출자가 나온 것은 한국 수영이 발전했다는 증거다. 소속팀의 전폭적인 후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 최고의 별은 미국의 케일럽 드레설(21)이다. 그는 29일 하루 동안 남자 자유형 50m(21초15), 접영 100m(49초86), 혼성계영 400m(3분19초60)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땀이 식기도 전에 시상대에 왔다갔다 하며 2시간 동안 이룬 하루 3개의 금메달은 그동안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한번도 없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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