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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농구 한류’ 주인공 김태일 감독

등록 2017-08-03 20:50수정 2017-08-03 21:16

중국여자프로농구 ‘유일’ 한국인 사령탑
돌풍 일으키자 ‘사드 사태’에도 재계약 요청
4년마다 열리는 중국 체전 두번 참가 ‘영예’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중국여자프로농구 랴오닝성 김태일 감독(뒷줄 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연습경기에 앞서 선수단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중국여자프로농구 랴오닝성 김태일 감독(뒷줄 가운데)이 지난달 26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연습경기에 앞서 선수단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2004년 4월21일. 김태일(55) 감독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당시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현 KDB생명) 사령탑을 맡아 호화 멤버의 삼성생명을 제치고 팀에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선사했다. 금호생명은 2000년 5월, 신생팀으로 여자프로농구에 뛰어든 이후 이때까지 7시즌(당시엔 여름·겨울리그 분리) 동안 단 한번도 꼴찌를 벗어난 적이 없던 팀이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짧았다. 이듬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느닷없이 경질되고 말았다. “만년 하위팀을 강팀으로 만들었는데 납득할 수 없었죠.”

농구 중계 해설위원 등을 지내며 프로팀 감독이 바뀔 때마다 기회를 엿봤다. 하마평엔 무성하게 올랐지만 번번이 한끗 차이로 밀렸다. 때로는 연줄에, 때로는 50 중반의 나이 때문에 쓴잔을 마셨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쪼들릴 무렵 중국에서 ‘활로’를 찾았다.

신일고-성균관대에서 농구를 한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 자비를 들여 4년이나 미국 유학을 다녀온 ‘학구파’다. 지금도 “지도자 역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틈날 때마다 빼곡하게 적은 농구이론 노트가 20권이 넘는다.

김 감독은 프로농구 초창기 광주 나산과 골드뱅크에서 코치를 맡으며 외국인 선수 통역까지 담당했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그의 탈권위적인 ‘소통 능력’은 금호생명에 빛을 발했고, 중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2012년 4월, 중국 산둥성 여자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아 그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중국여자프로농구(WCBA) 랴오닝성 사령탑을 맡아 4년마다 열리는 중국 전국체전에 참가했다. 체전이 끝난 뒤 그해 말에는 중국남자프로농구(NBL) 2부 리그인 허난성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중국 전국체전을 앞두고 올해 1월 랴오닝성에서 다시 그를 불렀다. 4년마다 열리는 중국 전국체전은 각 성마다 ‘사활’을 거는 ‘중국 올림픽’이다. 김 감독은 “중국 감독도 체전에 두 차례 나가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운 좋게도 2013년과 올해 중국체전을 2회 연속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해 3월,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열린 중국체전 예선에서 최하위권 전력의 팀을 조 1위로 본선(8팀) 진출에 성공시켰다. “팀에서 난리가 났죠. 당시엔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을 때였는데도 곧바로 재계약하자고 하더군요.” 그의 급여는 월 1만달러(약 1200만원)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 지도자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세금을 떼고 주기 때문에 연봉 1억4000여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죠.”

중국발 ‘농구 한류’의 주인공 김태일 감독.
중국발 ‘농구 한류’의 주인공 김태일 감독.
중국 진출 5년째인 김 감독은 2017~2018 시즌 중국여자프로농구 14개 팀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 사령탑이다. 하지만 그에게 풀어야 할 ‘앙금’이 있다. “한국 프로팀을 맡아 꼭 명예회복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말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에 전지훈련을 온 그는 국내 프로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연습경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팀답지 않게 키 190㎝ 이상이 한 명도 없고, 국가대표 역시 한 명도 없는 팀이 만든 결과다. 그는 “어차피 키 큰 센터가 없기 때문에 공수 전환이 빠르고 수비 전술이 다양한 한국 스타일이 이 팀에 맞다”고 했다. ‘농구 한류’를 주도하는 김 감독은 이달 말 시작하는 중국체전 본선과 가을 개막하는 2017~2018 시즌에서 돌풍을 다짐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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