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증세로 2017 런던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결승에 나서지도 못한 이삭 마콸라(보츠와나). 사진은 지난 7일 준결승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마콸라의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이삭 마콸라(31·보츠와나)와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는 육상 남자 200m와 400m 최고의 라이벌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뜨거운 명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맞대결은 황당한 이유로 무산됐다.
마콸라는 9일(한국시각) 남자 400m 결승에 출전하려고 런던 올림픽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그의 출전을 막았다. 연맹은 “타워호텔에서 머물고 식사한 선수들은 노로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뒤 48시간 격리 조처를 해야 한다는 영국 보건당국의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맹 임원은 “마콸라의 불운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선수의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남자 400m 세계기록(43초03) 보유자인 판니커르크는 마콸라가 빠진 결승에서 43초98로 손쉽게 우승했다. 마콸라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몸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영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400m 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나는 어떠한 검사도 받지 않았는데 전염병 환자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m는 400m보다 더 뜨거운 접전이 예상됐던 종목이다. 마콸라는 올 시즌 200m 최고기록(19초77) 보유자이고, 판니커르크는 19초84로 랭킹 2위다. 하지만 전날 마콸라의 예선 출전이 원천봉쇄되면서 11일 결승 맞대결은 일찌감치 무산됐다. 마콸라는 200m 예선 출전이 불발된 직후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나와 같은 호텔을 쓴 선수 몇 명도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다”며 “빨리 회복해 400m 결승에는 출전하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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