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7일 준결승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마콸라의 모습. 런던/EPA 연합뉴스
식중독 증상으로 경기 출전이 막혔던 이삭 마콸라(31·보츠와나)가 극적으로 200m결승에 나선다.
마콸라는 1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육상 200m에서 홀로 예선을 치러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제시한 기록을 여유 있게 통과한 뒤 곧바로 준결승전에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이로써 웨이드 판니커르크(25·남아프리카공화국)와의 라이벌 대결도 극적으로 성사됐다. 마콸라는 올 시즌 200m 최고 기록(19초77) 보유자이고 판니커르크는 19초84로 랭킹 2위다. 남자 200m 결승은 11일 오전 5시 52분에 열린다.
마콸라는 식중독 증상으로 8일 열린 200m 예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어 9일 열린 400m 결승에는 출전하려 했으나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선수는 이상 증상이 생긴 후 48시간 동안 다른 선수와 접촉할 수 없다”는 영국 보건당국의 명령 때문에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마콸라는 노로바이러스 의심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이 지난 뒤 검진을 받았고 ‘전염성이 없는 위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보츠와나 선수단은 국제육상경기연맹에 “400m 결승을 다시 열고, 마콸라에게 200m 출전 자격도 부여하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400m 결승 재경기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마콸라에게 200m에 나설 기회를 줬다.
마콸라는 10일 홀로 200m 예선을 치렀는데, 연맹은 조 4위 이하 선수 중 기록 순으로 준결승에 추가 합류한 선수의 최저 기록인 20초54보다 0.01초 빠른 20초53으로 ‘통과 기준’으로 정했다. 마콸라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20초20으로 ‘기준 기록’을 여유있게 통과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이어 2시간 뒤 열린 준결승 1조에서 20초12로 2위를 차지해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마콸라는 올 시즌 200m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콸라는 400m 결승에 대한 미련을 지우지 못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내 가슴에는 여전히 깊은 상처가 남았다. 오늘 엄청난 분노를 안고 200m 경기를 치렀다”며 “나는 국제육상경기연맹이 400m 결승을 다시 치르길 바란다. 나는 분명히 400m 결승전에 뛸 수 있는 상황이었고, 전염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왜 이런 피해자가 생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중국의 궁리자오(28)는 이날 여자 투포환 결승에서 19m94를 던져 19m49의 아니타 마턴(헝가리)을 제치고 중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궁리자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지만 그동안 메이저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동메달,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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