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깜짝 선전을 이어가며 4강에 올랐다. 국제농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깜짝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세계 30위)은 17일 새벽(한국시각)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피바 순위가 세 계단 높은 필리핀을 118-86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레바논(43위)에 졌지만 이후 카자흐스탄(56위), 뉴질랜드(20위)에 이어 8강 결정전에서는 숙적 일본(공동 48위), 그리고 8강전에선 강호 필리핀을 잇따라 물리치며 1패 뒤 4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도 1998년 이후 딱 한번 진출했다.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중국은 물론 이란·요르단 등 중동세에 밀린데다 필리핀, 일본, 대만(공동 48위)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리 큰 기대는 없었다. 오세아니아의 호주(10위)와 뉴질랜드까지 참가한데다 문태종, 이승준 등 귀화·혼혈선수가 빠지면서 한국팀 전력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세계 랭킹이 10계단이 높은 뉴질랜드를 1점 차로 물리친 데 이어 8강 결정전에서 미국인이나 다름없는 아이라 브라운(193㎝)이 버틴 일본을 13점 차로 완파했다. 그리고 8강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9점 차로 제압한 필리핀을 무려 32점 차로 대파했다.
한국의 선전은 오세근(KGC), 김종규(LG)의 센터진과 이승현(상무) 최준용(SK) 등 내외곽을 겸비한 포워드진, 그리고 이정현(KCC), 허웅(상무) 등의 확률 높은 슈터와 가드 김선형(SK)의 리딩이 어우러진 결과다. 탄탄한 그물 수비와 조직적인 플레이, 그리고 확률 높은 3점슛으로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등 강호들을 혼쭐냈다. 특히 필리핀과의 8강전에서는 3점슛 21개를 던져 16개나 성공시켰다. 성공률이 76.2%로 2점슛 성공률(62.2%)보다도 높았다.
한국은 20일 새벽(0시30분) 이란(25위)과 결승 길목에서 맞붙는다. 이란은 2007년 이후 5차례 대회에서 3번이나 정상에 오른 팀이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18㎝)는 요주의 인물이다. 이란을 넘어 한국의 돌풍이 이어질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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