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면 김연경은 세는나이로 서른셋. 도쿄올림픽이 그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 알 순 없지만 적어도 그의 스파이크와 점프를 ‘최고점’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다. 대표팀한테도 ‘김연경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 8월16일 리우올림픽 8강 네덜란드전에서 코트를 이동 중인 김연경.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요즘 배구를 둘러싸고 많이 시끄럽습니다. 여자 대표팀이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타이에 아쉽게 패하자 선수 혹사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주장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비롯해 김희진·김수지(이상 IBK기업은행), 박정아(한국도로공사) 등 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힘들어 보였고, 센터 양효진(현대건설)은 8강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코트에 쓰러져 조기 귀국했습니다.
사실 여자 대표팀은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죠. 지난 6월7일 처음 소집된 이후 불가리아·폴란드·수원에서 그랑프리 예선전을 치르고 체코로 건너가 그랑프리 본선 토너먼트를 벌였습니다. 또 짧은 휴식 이후 다시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습니다. 국제대회 일정이 빡빡하기는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스케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중국과 일본, 타이 등은 사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중국과 일본, 타이는 모두 그랑프리 1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일본과 타이는 그랑프리 대회와 아시아선수권에서 엔트리 변화가 적었지만 두 나라 모두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여유가 있었습니다. 1그룹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14명의 엔트리 전원을 교체했습니다. 중국의 전략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죠.
반면 한국 여자 대표팀은 2명을 교체하고 1명을 보강한 채 힘겨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사정은 남자 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부 월드리그와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아시아 지역예선을 모두 비슷한 선수들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남자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 3위와 세계선수권 지역예선 1승이라는 성적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 배구대표팀은 왜 이렇게 무리를 하는 걸까요. 배구협회에 확인한 결과 아시아선수권이 2020년 도쿄올림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남자부 월드리그와 여자부 그랑프리 역시 올해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배구연맹이 내년에 남녀 배구 국가대항전을 통합한 ‘뉴발리볼리그’(가칭)의 창설을 결의했기 때문입니다. 정작 중요한 대회는 9월20일부터 열리는 세계선수권 예선입니다. 이 대회에서 상위 랭킹을 획득해야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12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오히려 국제대회 성적이 곧 국내 배구의 인기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영향을 미쳤다고 보입니다. 김연경 선수는 지난 7일 아시아선수권 참가차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윙스파이커 이재영(흥국생명) 선수의 불참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8월 초부터 겨우 볼을 만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지만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도 컸었죠.
남자 대표팀의 경우 세계선수권 엔트리 14명 중 6명이 현대캐피탈 소속이었습니다. 현대캐피탈 사령탑 출신인 김호철 감독의 개인적인 선호일까요, 아니면 현대캐피탈 구단의 지원이었을까요? 소속 구단은 아무래도 팀의 주축이 대표팀에 발탁될 경우 부상을 우려하게 됩니다.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는 국제 무대 성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 경우 보람도 없이 몸만 축날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몸값이 훨씬 높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표팀 합류를 꺼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여자 배구를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여자 배구가 국제 무대에서 기대를 더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국내 V리그 시청률은 남자부가 조금 높지만 말입니다. 김연경 선수의 인기이기도 하겠으나, 입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lcy100@hani.co.kr
이찬영 문화스포츠에디터석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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