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유레카] 나쁜 사람과 바둑판 / 김창금

등록 2017-09-03 19:29수정 2017-09-03 19:31

‘나쁜 사람’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전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탈탈 털렸다. 2월 대통령 탄핵심판, 8월 공판 과정에서 불거진 ‘바둑판 논란’은 당시 권력의 치졸함을 잘 보여준다.

노태강 국장의 방에서 나온 바둑판엔 조훈현 9단(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의 서명이 있었다. 조 9단이 한국기원 이사이던 시절, 기원 실무자가 문체부에 기념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문체부 기획실장은 문제의 바둑판을 담당 부서인 체육국장 방에 갖다 두도록 했다. 그 뒤에 부임한 노태강 체육국장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있는 바둑판을 그대로 방치하는 수밖에.

기습감찰로 사무실을 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요원은 뜻밖의 전리품 바둑판을 발견하곤 득의양양했다. 노 국장 등 ‘나쁜 사람들’로 지목된 이들이 대한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최순실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직후였다.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은 탄핵심판 변론 때 “바둑판 같은 선물을 받는 등 공무원 품위에 문제가 있다”고 노 전 국장을 겨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 의견서에서 “노 국장이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지난달 법정에서 바둑판 이야기를 꺼냈다. 그사이 가문비나무 바둑판은 최고급 비자나무 바둑판으로 등급이 격상돼 있었다. 바둑판을 받은 당사자도 아니요, 바둑도 안 두는 노 전 국장은 ‘돌아버릴 지경’이었을 거다.

진재수 전 과장은 “청와대 보고서에 ‘조심해야 할 인물’로 적은 (최순실 측근) 승마협회 전 간부가 곧바로 ‘섭섭하다’고 전화를 해와 ‘나는 끝났구나’라고 직감했다”고 최근 증언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바둑판이 어이없어할 비선권력의 후안무치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