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참석해 증언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이후 체육계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스포츠에서 시작된 게이트로 새 정부가 탄생했고, 이 과정에서 지지를 보낸 많은 체육인은 허탈하다. 새 정부 내부에서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도 있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과거 직책에서 승격해 원상복구된 것은 개혁의 상징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 정부의 개혁이나 적폐청산 과정에서 일관성이 없고, 뚜렷한 정책도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종 전 차관에 의한 스포츠산업지원센터 신설로 고유의 연구기능과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한국스포츠개발원의 원상회복과 원장 선임은 몇 달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 체육예산의 90% 안팎을 책임지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사장 자리도 4개월째 공석이다. 새 정부의 인물난으로 보이지만, 무관심의 일면이라는 비판도 있다.
체육을 담당하는 노태강 차관은 하는 일마다 제동이 걸리고 있다. 문체부는 12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운영 정상화를 추진했다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심의 의결권이 제한된 집행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총장협의회의 의사결정기구로 기능해온 관행을 바로잡고, 이전 정부에서 피해를 본 진재수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방안은 외부의 입김 때문인지 동력을 잃고 있다.
김종 전 차관이 5개 프로종목 7개 연맹의 공동이익을 위해 만들었다는 140억 예산 규모의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존폐 논란은 새 정부의 체육정책 혼란을 반영한다. 애초 문체부에서는 개별 프로연맹의 업무와 중첩되는 옥상옥 구조여서 해체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방향을 수정했다. 물론 프로스포츠협회의 역할은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개편 작업을 주도했던 노태강 차관은 머쓱해졌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복권 등 국정 기조를 따르던 문체부 직원들은 요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체육계에서는 일련의 개혁 중단에 현장을 모르는 여권 실세 국회의원의 원칙 없는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당이 아닌 관료 출신의 노 차관이 정치권의 체육 관련 의견이나 주문을 무시하거나 뚝심으로 돌파하기는 불가능하다. 새 정부 내부에서 개혁과 구태의 방향이 충돌하고 착종하는 이유다.
한 체육학과 교수는 “스포츠총장협의회에는 과거 정부와 유착했던 인사가 있고, 프로스포츠협회도 최순실의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국회의원이 정부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면 개혁을 할 수가 없다. 노 차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의 인사나 체육정책 신뢰도는 내부에서부터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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