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다시 만드는 체육청책’ 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새 정부 기조에 맞춘 체육정책 구상을 위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상이나 이론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실천적 행보로 비친다.
정부의 체육정책 실무 최고 책임자인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체육청책(聽策) 포럼’을 주재했다. 듣겠다는 뜻을 강조해 정책이 아닌 청책으로 정했다. 노 차관은 인사말에서 “이 자리에서는 입은 닫고 귀만 열어 놓겠다. 좋은 의견을 많이 개진해달라”고 주문했다. 자리 배치도 노 차관을 빙 둘러 에워싸는 원형으로 꾸며 200여 참석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청책포럼에서는 ‘공부하는 선수’로의 정책 전환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됐다. 정부는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수업 참여를 정상화하고, 최저학력 기준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1972년 체육특기자 제도 이래 수십년간 지속된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이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현장의 선수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덕수고 야구 선수 출신으로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이정호(체육교육학과)는 “서울대에 합격한 후 ‘주말 리그의 성공 케이스’라는 말에 의아했다. 나는 중·고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중에 주말 리그를 만난 경우였다. 지금처럼 운동선수를 공부 잘하게 하는 것보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후 나중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쪽으로 현행 시스템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도 “우리만 유독 운동선수에게 공부를 못 시켜 안달하고 있다. 고교 때부터 운동선수에게는 본인이 필요한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하도록 교과 과정을 만들고, 대학입시 때 30% 이상 반영함으로써 운동과 공부 모두 행복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부하는 운동선수의 기본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선수 학생들의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범규 중고탁구연맹 회장은 “스포츠클럽 활성화 차원에서 스포츠 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포기했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어긴 것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한다는 한 참석자는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탈의실이 없어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 화장실에서 갈아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체육관에 8개월 된 딸을 데리고 갔다가 수유를 할 공간이 없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여성의 체육활동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수도권 포럼에 이어 중부권, 호남권, 영남권을 돌며 포럼을 열어 체육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한 뒤 11월 전문가 포럼에서 대안을 마련한 뒤 12월 중에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노 차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포럼을 통해 알지 못했던 문제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오늘이 시작이며,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어도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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