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남자싱글의 이준형이 30일(한국시각)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 네벨호른 트로피 프리스케이팅에서 열연하고 있다. 오베르스트도르프/AFP 연합뉴스
한국 피겨가 평창겨울올림픽에서 남녀 싱글과 아이스댄스 등 최소 3종목을 선보인다.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 산실인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의 성장에 이어 피겨가 탄력을 받으며 한국 빙상이 상승기류를 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2011년 평창올림픽 개최지 결정 이후 체계적인 투자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피겨 남자싱글의 이준형(단국대)은 30일(한국시각)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5위(222.89점)에 올라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12월과 내년 1월 이준형과 차준환 등이 출전하는 국내 선발전 경쟁은 불꽃 튈 전망이다.
피겨 아이스댄스에서는 민유라-알렉산더 개멀린 조가 네벨호른 트르피 4위(143.80점)에 올라 평창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미국 국적의 개멀린은 평창행을 위해 귀화했다. 앞서 3월말에는 피겨 여자싱글의 간판 최다빈(수리고)이 세계선수권에서 10위(191.11점)를 차지해 2장의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가져왔다.
한국이 남녀 피겨 싱글과 아이스댄스 세 종목에서 출전권을 따면서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출전 가능성도 열렸다. 단체전은 피겨 4종목(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가운데 3개 종목 이상에 나가는 나라 가운데 세계선수권 등 올해 7개 대회의 성적을 합산해 10개국을 선정한다. 만약 단체전 출전권이 확정되면 한국은 단체전의 정원(10장)을 활용해 페어까지 전 종목에서 도전할 수 있다.
한국은 김연아를 배출했지만 그동안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스에서는 불모지였다.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2010 밴쿠버나 2014 소치올림픽 때도 여자 싱글 선수들만 출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자 싱글의 이준형을 비롯해 차준환(휘문고), 김진서(한국체대)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평창올림픽 이후를 노리는 안건형(수리고)은 최근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10위에 올랐다. 여자 싱글에서는 올해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최다빈이 우뚝하다. 유영(과천중)이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9월 초 주니어 그랑프리 2차에 출전한 임은수(한강중)가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평창올림픽 이후를 대비하는 어린 선수들도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0 밴쿠버 올림픽 뒤 처음으로 아이스댄스와 페어 팀을 공개 모집으로 선발해 관리했고, 전지훈련비를 지원하며 사기를 높였다. 그 전에는 팀도 없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아시아지역 강습회를 한국에 유치하면서 국내 지도자들이 국제 흐름을 알도록 하고 인맥도 꾸준히 쌓아왔다. 1997년부터 20년간 회장사를 맡아온 삼성의 역할이 컸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국제심판은 “김연아의 영향으로 피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어린 선수들이 많이 늘어났다. 피겨 팬들도 많아지면서 선수 생명이 길어지고 있다. 선수와 부모, 연맹이 삼위일체가 돼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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