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의 거목’인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3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살.
김 전 부위원장은 전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가 3일 새벽 2시21분 숨을 거뒀다고 유족들이 알렸다.
김 전 부위원장은 1986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뒤 대한체육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아이오시 집행위원과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등 국제대회 유치에 크게 기여한 한국스포츠의 거목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때는 역사적인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을 끌어냈다.
‘태권도 대부’로 불리는 그는 1971년부터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아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하는 등 태권도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태권도가 올림픽 시범종목을 거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데 결정적 구실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아이오시 위원으로 선출된 뒤 능숙한 외국어와 폭넓은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제경기단체총연합회(GAISF) 회장과 아이오시 라디오·텔레비전(TV)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01년에는 ‘세계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아이오시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독주 체제에 따른 부정적 평가도 뒤따랐다. 2000년에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솔트레이크시티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결국 2002년에는 대한체육회장 자리를 내놓았다. 이어 2003년 체코 프라하 아이오시 총회 때는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투표과정에서 강원도 평창의 유치 ‘방해설’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세계태권도연맹 후원금 유용 등 업무상 횡령과 외국환관리법 위반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이 때문에 그는 아이오시 위원직 제명 위기에 몰렸고 2005년 7월 싱가포르 아이오시 총회를 앞두고 결국 아이오시 위원직마저 스스로 사임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말, 올림픽운동 증진, 한국스포츠 발전과 스포츠외교 강화, 태권도 육성과 세계화 등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사단법인 김운용스포츠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달 말에는 2017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대한체육회가 11월 발간할 예정인 스포츠영웅 김운용 편 구술 작업을 체육언론인회와 함께 진행해왔다.
지난달 27일 열린 진천선수촌 개촌식은 고인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자리가 됐다. 고인의 빈소는 일단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 일정 및 절차는 유족이 협의 중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동숙 여사와 아들 정훈, 딸 혜원·혜정씨가 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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