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10대들이 몰려온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여느 겨울올림픽과 달리 역대 가장 많은 고교 선수들이 출전한다. 겨울스포츠 영재들이 시기적으로 많이 출현했고, 출전권 확보 종목이 늘면서 참가 폭이 커졌다. 기록도 성인에 뒤지지 않아 평창올림픽에서 고교생 팬몰이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성장세가 가팔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2014 소치 올림픽 때 고교생 선수가 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장거리 전문 정재원(16·동북고)이 등장하는 등 평창 올림픽에서는 남녀 4명의 고교생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출격한다.
무명 중의 무명 정재원은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운 이승훈에 3초 정도 뒤진 6분34초81에 들어올 정도로 패기가 넘친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6분54초55로 달렸다가, 올해 3월 6분41초47로 13초쯤 줄였고 7개월 새 다시 7초가량을 단축하면서 내로라하는 실업팀 선배들을 제쳤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달린다. 저때 가장 무섭게 성장한다”고 했다.
지구력과 승부욕을 갖춘 정재원은 대표팀 맏형 이승훈, 김민석(18·평촌고)과 함께 출전하는 팀추월에서 메달을 노린다. 정재원은 매스스타트에서도 경쟁과 협력을 통해 메달이 유력한 이승훈을 도울 수 있다. 김민석 역시 2월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1500m와 팀추월에서 2관왕에 오른 검증된 고교생 간판이다. 정재원의 합류로 선의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김민석은 “첫 올림픽이지만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욕을 다졌다.
정재원의 형 정재웅(18·동북고)도 1000m 국가대표로 뽑혔고,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단거리 기대주 김민선(18·서문여고)도 평창 무대에 도전한다. 김민선은 9월 캐나다 대회에서 500m 세계주니어 신기록(38초70)을 세우기도 했다. 비록 대회 주최 쪽의 업무 실수로 신기록 공인을 받지 못했지만 잠재력은 확인됐다.
쇼트트랙에서도 고교생 3인방이 평창 무대를 수놓는다. 남자대표팀의 황대헌(18·부흥고)은 9~10월 헝가리와 네덜란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고교생 ‘괴물’로 떴다. 거침없는 막판 스퍼트와 배짱이 장점인 황대헌은 평창 올림픽에서 500m, 1000m, 1500m, 5000m 계주까지 전 부문 메달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여자 선수로는 김예진(18·평촌고), 이유빈(18·서현고)이 소치 올림픽 당시 고교생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심석희의 성취를 반복하기 위해 뛰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최다빈(17·수지고)과 남자 싱글의 차준환(16·휘문고) 등도 평창에 도전하고 있다. 12월, 1월 국내 선발전을 거쳐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들임이 분명하다. 소치 올림픽 때는 여자 싱글에 박소연, 김해진이 고교생으로 출전한 바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도 고교 선수가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공격수 김희원(16·백영고), 수비수 엄수연(16·대진고), 공격수 이은지(16·백석고)가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틱을 잡아 기술이 뛰어난 이들은 선수층이 엷은 한국팀에서 알토란 같은 구실을 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평창에서 보면 놀랄 것이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이 밖에 스노보드의 조현민(15·부인중) 이민식(17·청명고) 김경욱(17·진주외고), 프리스타일 스키의 장유진(16·수리고) 이강복(17·서울고), 스키 크로스컨트리의 제상미(18·상지대관령고)와 스키점프의 박규림(18·상지대관령고) 등이 평창행을 위해 막바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여자 봅슬레이에서는 전은지(18·한빛고)가 유일한 고교생으로 평창행을 꿈꾸고 있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는 굉장한 경력이 필요하지만 스노보드나 스키점프같이 공중에서 연기해야 하는 종목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많이 타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부상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비한 스키나 빙상 종목의 선수 발굴 시스템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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