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이 31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주 디비(DB)와의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KBL 제공
현대모비스의 ‘발전소’ 양동근(36)이 다시 포효했다. 서른 여섯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력이다.
양동근은 31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디비(DB)와의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장시간인 34분 54초를 뛰면서 팀 승리(90-81)를 이끌었다. 3점슛 다섯개 등 25득점 9도움 2가로채기 등 만점활약을 폈다.
현대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가장 강력한 팀 조직력을 자랑한다. 많이 뛰고 헌신하는 농구 스타일이다. 하지만 양동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코트 시야가 좋고 외곽슛 능력에 담력까지 갖췄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최다 석권(3회)했고, 관록이 쌓이면서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며 팀 활력을 높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04년 프로입문 이래 13년간 변함없는 성실성이다. 이번 시즌 8경기에서 평균 33분47초를 뛰어 10개 구단 전체 선수 가운데 세번째로 오랜 시간 코트를 누볐다.
양동근은 디비와의 경기 뒤 “다른 경기에선 별 볼 일 없었다.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췄다. 또 “상대 선수들이 지쳤다는 걸 눈치채고 달려들까 봐 표정 관리에 신경 쓴다.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만큼 많이 뛰어야 후배들도 따라온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양동근을 선봉으로 마커스 블레이클리(21점)와 전준범(12점)의 속사포까지 터져 나오면서 현대모비스의 위력이 살아났다. 함지훈은 이날 10득점으로 역대 30번째로 통산 5000득점을 달성했다. 경기 전 “분위기 싸움”이라고 했던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양동근은 고비마다 사령관 구실을 톡톡히 했다. 현대모비스는 4승4패로 반타작 승부를 하며 전자랜드와 함께 4위에 올랐다.
김승현 해설위원은 “양동근이 디비 두경민과의 싸움에서 포인트가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며 높은 평가를 했다. 양동근은 3일 서울 삼성과의 대결에 나선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