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 충주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서 열린 ‘정유라 사태 이후 한국 체육에 대한 스포츠사회학적 성찰’ 특별세미나에서 소동이 일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급진적’ 해체를 주장하는 한 발제자가 사회적 맥락을 강조하는 ‘온건파’ 토론자를 참지 못하고 세미나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체육특기자 제도 논란이 학계 내부에서 감정까지 드러내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과거 비판 없는 무풍지대와는 달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체육 환경과 의식 수준이 달라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1972년 도입된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에 우수한 자질이 있는 선수에게 상급학교 진학 특례를 주도록 한 것이다. 전국대회나 국제대회 성적 등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 한 예다. 그러나 표면적인 취지와 달리 제도는 왜곡됐다. 정권은 학교를 엘리트 선수 수급의 기지로 만들었고, 학교는 운동부 선수들을 방치했다. 체육을 대학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삼은 학부모도 있고, 지도자들 간에 돈거래나 승부조작, 폭력까지 온갖 문제가 파생됐다.
이제 개선해야 하는데, 방법이 다르다. 한편에서는 무조건 잘못된 제도니까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도 자체보다 오히려 제도 주변에 편재해 사익을 추구하는 권력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딴 1% 엘리트 선수들의 영광을 우려먹으며 나머지 99%를 방치한 책임에 대한 반성은 없다. 올해 4월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의 정규직화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면서 신뢰는 더 떨어졌다.
학계나 체육단체,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단계적으로 서서히 제도를 바꾸는 절충주의적 시각이 미덥다. 제도 변화의 수레바퀴에 치여 희생되는 학생선수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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