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장애인 수영선수인 ‘로봇다리’ 김세진 선수. 삼성전자 제공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된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지난 1일부터 전국 17개 시도를 돌며 7500명의 주자가 2018㎞를 이어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체장애인의 날’인 11일 경남 김해에서 장애인 선수 2명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전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로봇다리’ 김세진(21) 선수와 장애인 수영 꿈나무 김동훈(14) 선수다. 김세진 선수는 무릎 아래로 두 다리가 없고 오른손도 두 손가락이 없는 ‘선천성 무형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의족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됐다.
김 선수는 2009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개인혼영 200m 금메달, 2009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150m 금메달, 2009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접영 50m 금메달을 수상하는 등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150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장애인 대회가 아닌 비장애인 수영 종목에 출전하기도 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도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김세진 선수는 “수영선수 김세진이 아닌 21살의 김세진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겠다.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장애인 선수들의 멘토가 되겠다는 오랜 의지를 바탕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도전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해에 사는 김동훈 선수는 자폐성 장애 2급이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해에는 전국 장애인학생체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 메달을 휩쓴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전국장애인수영대회 중등부 남자 200m 자유형과 100m 배영에서 2관왕을 차지해 신인 선수상을 받은 수영 꿈나무다.
장애인 수영 꿈나무 김동훈 선수. 삼성전자 제공
두 선수의 성화 봉송은 11일 오후 4시17분께 김동훈 선수의 모교인 경남 김해시 내동 경운중학교 근처를 3분 가량 뛴 김세진 선수가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김동훈 선수에게 건네게 된다. 성화를 이어받은 김동훈 선수는 친형(17)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뛴다. 희망의 성화 봉송길에는 학생, 교사, 지역주민 등이 함께 한다.
김세진 선수는 “후배에게 성화를 직접 전달하게 돼 개인적으로 가슴 뭉클하다. 성화봉송을 통해 김동훈 선수는 저를 통해 미래를 보고 저는 김동훈 선수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훈 선수의 어머니 최영실씨는 “동훈이가 수영 선배인 김세진 선수에게 성화를 이어 받게 된다는 이야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성화봉송 공식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지체장애인의 날 장애인들의 성화 이어달리기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성화 봉송 캠페인 주제와 잘 맞다”며 “많은 사람에게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를 주제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성화 봉송 주자들의 감동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도전과 희망의 영감을 전세계에 전파할 예정이다. 김세진 선수와 김동훈 선수에 이어 12월과 1월에도 장애인 론볼 선수인 이환 선수,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앵커인 <한국방송(KBS)>이창훈 아나운서 등이 삼성 성화주자로 참여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