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 2급인 수영 중학생 유망주 김동훈 선수(왼쪽)와 장애인 수영 전 국가대표 김세진 선수가 ‘지체장애인의 날’인 11일 오후 경남 김해에서 평창올림픽 성화 주자로 나서 성화봉을 맞대고 불꽃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고, 왼쪽 다리는 발목 아래부터 보이지 않는다. 의족의 모양을 딴 ‘로봇 다리’가 별명이 됐다. 오른손은 엄지와 약지만 있다. 그러나 성화를 치켜 든 모습은 씩씩하기만 하다. 그가 다음 주자와 성화봉을 맞대고 불꽃을 전달하는 순간 시민들이 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그에게 성화를 전달받은 이도 어딘가 몸이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뒤뚱거리면서도 끝까지 성화 봉송 임무를 완수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가 전국을 돌고 있는 가운데 ‘지체장애인의 날’인 11일 오후 경남 김해에서 올림픽 성화봉송 후원사인 삼성전자 후원으로 장애인 수영 전 국가대표 김세진(21) 선수와 자폐성 장애 2급인 수영 중학생 유망주 김동훈(15) 선수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세진 선수는 2009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고,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기도 했다. 2009년에는 한국스카우트 연맹이 선정한 ‘대한민국을 이끌 4명의 청소년 영웅’으로 선정돼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김동훈 선수는 올해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서 중등부 남자 자유형 200m와 배영 100m 우승한 차지하며 신인선수상을 받은 꿈나무다.
자폐증 장애 2급인 장애인 수영 꿈나무 김동훈 선수.
김세진 선수는 “후배에게 성화를 전달하는 순간 가슴 뭉클했다.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동훈 선수의 어머니 최영실씨는 “동훈이에겐 영웅같은 존재인 수영 선배에게 성화를 이어 받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며 “동훈이가 전달한 불꽃이 장애우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Do What You Can’t)’는 주제로 두 선수에 이어 장애인 론볼 이환 선수와 시각장애인인 <한국방송(KBS)>이창훈 아나운서 등 장애인 성화봉송 주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계속 전달할 계획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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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영 선후배인 김세진 선수(왼쪽)와 김동훈 선수가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을 마친 뒤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