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리둥절…운 좋아”
비시즌 내내 수비연습만
최연소 200승 감독 성큼
만나 봅시다/1위 ‘이변’ 모비스 유재학 감독 경기를 앞둔 탓이었까? 감독실에 마주앉아 연신 담배를 입에 무는 그는, 기자가 없었다면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길 것만 같았다. 23일 울산 모비스 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유재학(42) 감독은 1위를 질주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어리둥절합니다. 잘 하면 6강이고 꼴찌 안하면 다행인 전력인데요.” 그는 “1라운드에서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22일 현재 8승3패. 모비스가 2001년 기아에서 팀 이름을 바꾼 뒤 처음으로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사실 모비스는 이번 시즌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우지원을 빼면 변변한 스타선수 하나 없고, 김동우·김효범 등은 줄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런데도 1등이다. 비결은 뭘까. 유 감독은 “비시즌 내내 수비연습만 했다”며 “스타는 없지만 궂은 일을 도맡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1라운드를 1위(6승3패)로 끝내 놓고도 ‘도박’을 감행했다. 득점과 도움주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키가 작은 토레이 브렉스(1m98) 대신 수비가 좋은 정통 센터 벤자민 핸드로그텐(2m2)으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것. 승부수는 적중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패했던 전주 케이씨씨(KCC)와 서울 삼성을 상대로 각각 60점과 57점에 묶어두고 대승을 거뒀다. 핸드로그텐은 쉐런 라이트(KCC)와 올루미데 오예데지(삼성)의 득점을 각각 9점과 8점으로 막았다. 30일 창원 엘지만 꺾으면 유 감독은 올 시즌 최초로 전 구단 상대 승리 감독이 된다.
유재학 감독은
유 감독은 1998년 35살의 나이에 최연소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로 감독생활 벌써 8년째다. 신선우·김진 감독과 함께 원년부터 농구판을 지켜온 지도자다. 이번 시즌엔 잘 하면 우승도 보인다. 또 최연소 200승 감독 고지에도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럽다. “6강은 갈 것 같고, 잘 하면 4강까지 바라볼 만합니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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