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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팀 스타는 조직력뿐이다”

등록 2005-11-23 20:02수정 2005-11-23 20:02

“나도 어리둥절…운 좋아” 비시즌 내내 수비연습만 최연소 200승 감독 성큼

만나 봅시다/1위 ‘이변’ 모비스 유재학 감독

경기를 앞둔 탓이었까? 감독실에 마주앉아 연신 담배를 입에 무는 그는, 기자가 없었다면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길 것만 같았다. 23일 울산 모비스 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유재학(42) 감독은 1위를 질주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어리둥절합니다. 잘 하면 6강이고 꼴찌 안하면 다행인 전력인데요.” 그는 “1라운드에서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22일 현재 8승3패. 모비스가 2001년 기아에서 팀 이름을 바꾼 뒤 처음으로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사실 모비스는 이번 시즌 중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우지원을 빼면 변변한 스타선수 하나 없고, 김동우·김효범 등은 줄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런데도 1등이다. 비결은 뭘까. 유 감독은 “비시즌 내내 수비연습만 했다”며 “스타는 없지만 궂은 일을 도맡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1라운드를 1위(6승3패)로 끝내 놓고도 ‘도박’을 감행했다. 득점과 도움주기 능력은 뛰어나지만 키가 작은 토레이 브렉스(1m98) 대신 수비가 좋은 정통 센터 벤자민 핸드로그텐(2m2)으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것. 승부수는 적중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패했던 전주 케이씨씨(KCC)와 서울 삼성을 상대로 각각 60점과 57점에 묶어두고 대승을 거뒀다. 핸드로그텐은 쉐런 라이트(KCC)와 올루미데 오예데지(삼성)의 득점을 각각 9점과 8점으로 막았다. 30일 창원 엘지만 꺾으면 유 감독은 올 시즌 최초로 전 구단 상대 승리 감독이 된다.

유재학 감독은
유재학 감독은
오랜 만에 맛보는 ‘정상’이지만, 선수시절 그는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늘 정상에 있었다. 용산중학교 때는 3년간 팀을 전승(39연승)으로 이끌었고, 경복고 시절엔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며 우승을 휩쓸었다. 상명초등학교 3학년 때 장충체육관에 단체 응원을 갔다가 농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9살 소년 유재학은 그 때부터 날마다 운동장에서 농구공을 튕기며 ‘시위’를 벌였다. 부모님에게 “반에서 10등 안에 못들면 농구를 그만둔다”는 약속까지 하고 농구를 시작한 그는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고교와 대학(연세대)에 진학할 때는 거액의 스카우트비를 받았다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경복고에서는 추석날 배 한 상자 받은 게 전부고, 대학진학 때는 스카우트비를 준다는 다른 학교를 뿌리치고 제가 좋아하는 연세대에 돈 한푼 받지 않고 갔습니다.” 1985년 실업팀 기아에 입단한 그는 88~89 농구대잔치에서 마침내 신생팀 기아에 창단 첫 우승을 선물하며 자신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정통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날린 유 감독은 불과 27살의 나이에 선수생활을 접었다. ‘정상’에 섰던 88~89 시즌 때 무릎에 진통제를 맞고 뛴 것이 화근이었다. 좀 더 뛸 수 있었다면 이충희나 허재에 버금가는 명성을 쌓았을 것이라는 평가에 그는 손사레를 친다. “충희 형이나 허재는 특급스타고, 저는 그저 A급 선수였죠.”


유 감독은 1998년 35살의 나이에 최연소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로 감독생활 벌써 8년째다. 신선우·김진 감독과 함께 원년부터 농구판을 지켜온 지도자다. 이번 시즌엔 잘 하면 우승도 보인다. 또 최연소 200승 감독 고지에도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조심스럽다. “6강은 갈 것 같고, 잘 하면 4강까지 바라볼 만합니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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