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가 도핑 중징계로 평창올림픽을 노렸던 러시아의 세계적 선수나 팀도 영향을 받게 됐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쇼트트랙의 간판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 여자 피겨의 ‘절대 강자’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 세계 2위의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눈에 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한국시각) 러시아의 2018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서,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라는 자격으로 개인과 단체에 출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러시아가 아이오시의 부분적인 올림픽 참가 허락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알렉산드르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자국을 대표할 수 없도록 한 아이오시의 결정은 철저히 모욕적인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12일 회의를 통해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러시아가 평창올림픽 보이콧을 결정한다면 안현수의 평창 꿈은 물거품이 된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던 안현수는 2010년 무릎 부상으로 대표선발전에 탈락한 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부활했다. 평창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생각했던 안현수는 올해에도 은사인 전명규 교수가 있는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러시아팀과 함께 훈련하는 등 평창올림픽을 위해 몸을 만들어왔다. 안현수는 이날 “평창은 포기할 수 없는 무대다. 올림픽을 위해 4년을 준비했다. 개인 자격으로라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겨 여자 싱글의 메드베데바는 아예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41.31점) 보유자인 메드베데바는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와 유럽선수권대회는 물론 2015~2016, 2016~2017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석권한 이 종목 절대 강자로 평창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 영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5일 아이오시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중립국 선수 자격으로 러시아 깃발 없이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출전하지 않으면 나의 라이벌이 우승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는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최강의 아이스하키 강국이며,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이어 두 번째로 수준 높은 러시아(콘티넨탈)아이스하키리그(KHL)를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정규리그가 끝나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유럽 각 나라 선수들이 한국에 올 수 있다. 다만 러시아 선수들은 정부의 평창올림픽 보이콧 여부에 따라 평창행이 불발될 수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러시아가 불참하면 올림픽 조 편성을 다시 해야 하는데, 다음 순위 나라를 채워 12개 팀을 만드는 것도 힘들고, 12개 팀을 구성하더라도 조를 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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