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기간 중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8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처럼 바쁜 조직이 없다. 올림픽은 두달 앞으로 다가왔고, 러시아 국가도핑 파문 징계로 인한 후유증에도 노심초사한다. 여기에 북한 참가 변수까지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겨울올림픽 준비가 어려운 것은 얼음판이나 스키 슬로프 등 인공물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얼음판이라고 그냥 얼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얼릴 때도 냉매가 들어간 파이프 부분과 파이프와 떨어진 곳의 온도에 차이가 난다. 피겨스케이팅 얼음판은 온도를 영하 3~5도로 맞춰야 하는 등 종목별로 최고의 경기력을 위한 얼음 온도가 모두 다르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 코스 또한 눈만 쌓아 놓는다고 스키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1m의 인공설을 쌓은 뒤 물을 뿌리면서 850m 표고차의 급경사를 빙판처럼 다져주어야 한다. 국내에는 고난도 스키 전문가가 많지 않아 외국의 자원봉사자가 날아와 스키 코스를 다질 예정이라고 한다. 만약 만질만질하게 다져진 코스 위에 5cm 이상의 눈이라도 내리면 사고 위험으로 자연설을 치워야 한다. 평창슬라이딩센터 관리까지 겨울올림픽은 여름올림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준비가 까다롭고 비용이 크다.
최근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빙질을 관리하는 아이스 메이커가 고가의 장비를 가져간 사건이 벌어졌다. 아이스 메이커는 아이스 마스터라고도 불리는데 국내에는 이런 전문직 종사자가 없다. 이들은 대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추천을 받은 외국인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명이 얼음의 온도를 링크 밖에서 측정할 수 있는 신형 기계를 자기 나라로 돌아갈 때 가져 가면서 사달이 벌어졌다. 뒤늦게 기자재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한 조직위는 즉각 기계를 반환받았고, 신뢰관계를 깬 해당 아이스 메이커와는 계약을 해지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제빙상경기연맹이 경험 많은 새로운 아이스 메이커를 추천했다. 대회 준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평창조직위원회는 내년 1월부터 각 빙상장의 얼음을 올림픽 수준으로 얼려서 관리한다. 아이스 메이커와 잠보니 기사, 스키 자원봉사자 등 외국인 전문가 집단도 본격적으로 상주하게 된다. 겨울올림픽이라는 특성 때문에 외국의 기술과 자문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얻어내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내에도 아이스 메이커가 한명쯤 나온다면 좋겠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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