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맷 달튼이 지난 12월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채널원컵 경기에서 퍽을 잡아내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코리아에서 뛴다면 (코리아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봐요. 어떤 이는 북한에서 뛰는 줄 알아요.”
캐나다 출신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맷 달튼(32)은 지난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한국으로 귀화했을 때 고향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공식 대회에 나올 수 있는 등록선수만 63만명인 캐나다에서 올림픽에 한번도 나가지 못한 한국 아이스하키는 팬들의 관심 영역 밖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등록 선수 2600명의 아이스하키 변방인 한국은 달튼의 “올림픽 출전 꿈”을 이뤄준 나라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채널원컵에서 그의 경쟁력은 돋보였다. 달튼은 캐나다(세계 1위), 핀란드(4위), 스웨덴(3위)과의 3연전에서 155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143개를 막아내 세이브율 92.3%를 기록했다. 비록 3전3패를 당했지만 야구의 주전투수처럼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확실한 골리의 존재는 백지선 대표팀 감독의 전술 운용의 폭을 넓혔다.
20㎏의 장비로 무장한 채 전광석화로 비유되는 퍽을 막는 골리는 한국의 취약 포지션이었다. 순식간에 다리를 오므리거나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도 힘들고, 마스크 사이로 바라보는 시야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1m85, 86㎏의 달튼은 완벽한 기본기와 순발력, 상대 슈터의 타이밍을 빼앗는 영리함으로 한국팀의 골리 수준을 격상시켰다.
달튼의 높은 세이브율은 ‘벌떼하키’로 불리는 한국팀 협력수비의 산물이다. 한국은 기술, 체력, 체격에서 올림픽 무대의 다른 팀들에 뒤진다. 대표팀의 간판 수비수 이돈구는 “백지선 감독은 5명의 필드 플레이어 전체가 골문 앞에서 1차 저지를 하라고 요구한다. 몸을 날리거나 발을 뻗어서 하나라도 막으면 팀 전체의 사기가 높아진다. 훈련 때부터 두려움 없이 한다”고 전했다. 골문 앞에서 촘촘히 몰려 막아주면 상대는 멀찍이 밀릴 수밖에 없고, 달튼이 막을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 달튼이 평소 “퍽은 나 혼자 막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월 평창겨울올림픽 A조에서 체코(6위), 스위스(7위), 캐나다와 맞붙는다. 일대일로 맞붙어서는 절대 승산이 없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백지선 감독은 한국이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스케이팅 기술과 스피드에서의 미세한 우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팀을 조련하고 있다.
5명씩으로 이뤄진 조를 1분마다 교체 투입하던 간격도 30~40초로 줄여 폭발력을 높였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닥치면서 퍽을 빼앗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돈구는 “40초를 넘어가면 허벅지에 100㎏의 돌덩이를 단 것처럼 움직이기도 힘들고, 심장은 터질 것 같다”는 표현을 했다. 백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면서, 상대 실수가 나오면 순간적인 역습으로 들어가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최후방을 듬직하게 지키는 달튼은 다리 패드와 퍽을 쳐내는 블로커에 태극 문양을 담는 등 올림픽에 임하는 진중한 마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채널원컵에서 캐나다 국가가 울렸을 땐 “기분이 묘했다”고 했지만 태극전사로 나서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짧은 휴식을 보내고 있는 달튼은 7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막바지 올림픽 준비에 돌입한다. 한국이 메달을 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최선의 플레이는 가능하다. 달튼은 “올림픽에서 내 모습이 태극기처럼 멋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어린이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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