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정(91) 대한빙상경기연맹 고문은 국내 1호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이다. 1968년 그르노블올림픽에는 사상 처음으로 피겨대표팀을 이끌고 감독으로 참가했고, 국내 국제심판 1호이기도 하다. 한국 피겨의 산 역사인 그는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차준환(17·휘문고)이 대역전극을 펼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자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해정 고문은 8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차준환의 경기 모습을 가슴 졸이면서 봤다. 참 기특하고 대단하다. 하지만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4회전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채찍을 놓지 않았다. 이 고문은 “남자 피겨에서 4회전을 못 하면 메달은 꿈도 못 꾼다. 차준환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준환은 1~2차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4회전 점프를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두번씩 넣었으나, 이번에는 한번씩으로 낮춰 난이도를 조절했다. 그렇다고 올림픽에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 고문은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즐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훈련은 열심히 해야 한다. 그는 “나머지 한달은 밤낮을 가리지 말고 연습해야 한다. 부상이 없는 한,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준환이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 3차전 남자싱글 경기를 마치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고문은 차준환이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것은 너무 갑자기 시니어 무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김연아는 주니어에서 아사다 마오한테 밀리다가, 그다음에 이겼고, 그 다음해에 시니어에 진입하는 등 시간 여유가 있었다. 차준환은 지난해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너무 급작스럽게 환경이 바뀌었고 부상까지 당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분석했다. 이 고문은 “피겨에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배짱이 필요하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면 배짱도 생기고, 앞부분에서 실수한 것을 뒤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한국 남자 피겨 싱글 선수로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이 고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겨에서 차준환이 나가 흐뭇하다. 평창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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