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8 해비치 이세돌 대 커제 바둑대국'에서 이세돌(오른쪽)이 이민 해비치호텔 대표로부터 상금을 전달받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숙적 커제 9단을 꺾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제주도 해비치호텔 로비에서 열린 ‘2018 해비치 이세돌 대 커제 바둑대국’에서 커제 9단에게 293수 만에 흑 1집 반 승을 거뒀다. 이세돌은 14번째 맞대결 승리로 통산 전적 4승10패가 됐다. 개막식에서 “커제에게 빚이 많다.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모처럼 짜릿한 설욕을 했다. 이세돌은 우승상금 3000만원과 자동차 코나를 받았다. 커제의 상금은 1000만원.
둘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기사로 각각 구글의 알파고와 대국을 벌인 바 있다. 또 각종 국제기전에서 만나며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통산 전적에서 보여지듯 이세돌 9단이 밀렸다. 하지만 이날 이벤트 대국 승리로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10일 중국에서 열린 동준약업배 세계바둑명인전에서 중국의 롄샤오 9단,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등 새해 발걸음이 가볍다.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중반 우변으로 넘어가는 흑 117수에서 큰 실수를 범해 커제에게 흐름을 빼앗겼지만, 특유의 ‘흔들기’로 타개하며 역전을 일궈냈다. 현장 해설자로 나선 김성룡 9단은 “이세돌 9단이 오늘만큼 재밌게 바둑을 둔 적이 없었다. 승률 그래프가 위에서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다가 다시 올라갔다”며 역전승을 축하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