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프랑스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 헬멧이나 각종 보호대 없이 스틱과 장갑만 갖추고 경기를 했다.
한국의 역대 겨울올림픽 금메달 수는 몇개?
정답은 26개다. 쇼트트랙에서 21개를 땄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4개, 피겨싱글에서 1개를 추가했다.겨울스포츠 팬이라도 쉽게 알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더 까다로운 질문이 있다. 한국의 역대 메달 순위는 과연 몇위일까? 놀랍게도 유럽과 북미 나라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15위(금26 은17 동10)다. 중국(16위·금12 은22 동19)이나 일본(18위·금10 은17 동18)보다 앞선다. 북한도 1964년 인스브루크 겨울올림픽에서 한필화가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은메달,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황옥실이 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로 41위(은1 동1)에 올라 덴마크(은1)를 추월했다.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 프랑스 봅슬레이 대표팀이 시범종목인 컬링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출간된 <샤모니에서 평창까지 동계올림픽의 모든 것>(에릭 모냉 지음, 김용채 역·리에종 발행·2만원)은 겨울올림픽 전문서가 부족한 한국에 겨울올림픽을 한눈에 개괄할 수 있는 웅숭깊은 책이다. 올림픽 성화의 마지막 주자와 특징, 대회별 마스코트와 올림픽 선서(자), 여성 참가수와 경기의 변화, 종목별 역사, 대회 중계수입까지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세세한 자료는 기본이다. 1924년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전개된 100년 가까운 동계올림픽에서 대회별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을 화제의 중심에 올리고, 나라간 자존심 대결이나 개최지 선정을 둘러싼 암투, 선수의 뒷 이야기 등이 냉정하고 간결하게 묘사돼 있다. 초기 올림픽의 빛바랜 사진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수장고 등을 뒤졌다.
1924년 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에서 오스트리아의 헤르마 사보가 짧은 치마를 입고 스케이팅을 해 피겨 여왕에 올랐다.
프랑스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의 스포츠 사회학자 에릭 모냉은 “고대 그리스의 뛰어난 운동선수들이 펠로폰네소스의 해발 2000m가 넘는 산악에서 모피를 두르고 눈밭에서 썰매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동계스포츠라는 용어가 1860년대 등장했지만, 스키를 타고 신속하게 이동해 사냥을 하는 생존의 방식은 만년 전에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금까지 개최된 모든 동계올림픽을 자세하게 담아낸 그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겨울올림픽 100년의 역사에서 평창올림픽은 어떤 위상을 차지할지도 짐작해볼 수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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