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수단 본진이 1일 저녁 아시아나 전세기를 타고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 내린 뒤 대회 기간 동안 머물 강릉선수촌에 도착해 손을 흔들며 들어가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평화통일운동단체 회원 10여명이 “우리는 하나”라는 문구와 한반도기가 새겨진 펼침막을 들고 양양공항 건물 밖에서 환영 인사를 했다. 공항 안팎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내외신 취재기자 등 수백명으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선수단 본진 32명은 무거운 침묵 속에 미소를 띠기도 했지만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불과 5분 만에 남쪽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떠났다. 원 단장은 “남녘의 겨레들에 우리 북녘 동포들의 인사를 전한다”고 취재진에게 짧게 말한 뒤 차에 탑승했다. 남쪽에서 특별히 준비한 환영 행사는 없었고, 경찰은 3중 벽으로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경호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맨 앞)과 김주식(맨 오른쪽) 등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들이 1일 저녁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다. 양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 본진이 1일 저녁 7시10분께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통해 남쪽 땅에 입성했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4시40분께(현지시각) 아시아나 전세기를 타고 원산 갈마공항을 출발했으며, 동해 하늘길을 통해 오후 6시9분 양양공항에 도착해 1시간 뒤 국제선 출구를 통해 나왔다. 이어 취재진을 뚫고 곧바로 피겨, 쇼트트랙,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스키 등 종목별로 남쪽에서 준비한 25인승 미니버스 4대와 버스 1대에 나눠 타고 이동해 에이디(AD)카드를 받고 강릉선수촌에 들어갔다.
북 선수단은 원 단장을 비롯해 코치 3명, 알파인스키 선수 3명(최명광 강성일 김련향), 크로스컨트리스키 선수 3명(한춘경 박일철 리영금), 피겨스케이팅 페어 선수 2명(렴대옥 김주식), 쇼트트랙 선수 2명(정광범 최은성)에다 지원인력 18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이미 남북 합동훈련을 위해 방남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포함하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22명의 방남이 이날 완료됐다. 임원 24명 등까지 합하면 전체 47명이다.
1일 오후 개촌식이 열린 강원도 강릉선수촌 국기광장에 참가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오륜기 안쪽으로 북한의 인공기도 보인다. 강릉/연합뉴스
앞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평창선수촌과 강릉선수촌에서 동시에 공식 개촌식을 열고 본격적인 평창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선수촌 개촌식 행사는 이희범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올림픽’을 기원하는 행사로 준비됐다. 내빈과 자원봉사자들이 비둘기 모양으로 제작된 평화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장면은 장관을 이뤘다.
개막식은 9일이지만 이날부터 각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단의 공식 입촌식은 7일(오전 11시)로 예정됐지만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선수들은 이날 가장 먼저 평창선수촌에 여장을 풀었다. 정선과 용평 알파인스키 경기장 등 대회가 열리는 12개 경기장도 이날 굳게 닫았던 문을 개방하면서 각국 선수들의 실전 훈련 등 메달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전날까지 유일하게 비어 있던 국기 게양대에 인공기도 채워졌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92개국(러시아 제외) 가운데 하나지만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려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다른 나라 국기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관례에 따라 개촌일 하루 전에 모두 게양했지만 인공기는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해 공식 개촌일에 맞춰 게양했다는 것이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남한에서 개최한 스포츠 국제대회에서 북한 인공기가 게양된 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4번째이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오른쪽)이 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평창겨울철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린 개촌식에서 유승민 평창 선수촌장(왼쪽) 등 참석 내빈과 함께 비둘기 모양 풍선을 들고 있다.평창/연합뉴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개촌식에서 “그동안 국제행사에서 평창과 평양을 혼동하지 말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번 올림픽은 평창과 평양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촌식 뒤 기자들과 만나 “4월 평양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6월 평양 유소년축구대회에 강원도가 출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 양양과 원산 갈마비행장을 오가며 남과 북의 하늘길이 트였다. 이런 일들을 통해 남북이 더 발전하도록 교류를 늘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2014 소치올림픽(88개국 2858명 참가)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전망이다. 양양·평창/김경무 선임기자,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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