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이 8일 오전 강원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 동무!, 제 동무! 동영상은 이쪽하고 저쪽이야. 각도 봐 가지고…”
2018 평창겨울올림픽 북한 선수단 입촌식이 열린 8일 오전 강원도 강릉선수촌 국기광장은 선수들이 들어오기전 수십명의 북한 기자들로 들썩했다. 추위를 의식해 두꺼운 점퍼와 스키바지를 맞춰 입은 북한의 촬영기자와 펜기자, 사진 기자들이 각자 자리를 차지했다. 동영상 촬영에 대한 조직위 허가를 얻기 위해 잠시 시간을 소요했지만 11시께는 북한 취재진 뿐 아니라 내외신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남한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가만 있어, 지금 사업중이야” “그거 나중에 합시다”라며 건조하게 말했다. 그 와중에 “빨리 빨리”라는 말과, 일이 잘 안풀릴 때 쓰는 “에이 씨”라는 말도 들려왔는데 너무 익숙한 말이라 귀에 꽂혔다.
방남한 북한 예술단 취주악단이 8일 강릉 선수촌 국기광장에 들어오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1시께 북한 선수단(선수 22명, 임원 24명)이 대부분이 들어왔고, 뒤를 따라 들어온 붉은색 모자와 재킷, 흰색 바지와 구두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북한 여성 취주악단의 모습이 주변을 압도했다. 이들은 6일 묵호항을 통해 방남한 북한 예술단 취주악단으로 80명 정도로 보였다.
북한 선수단이 8일 강릉 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에서 북한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남한 공연단원과 함께 어울려 율동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김기훈 선수촌장의 환영사에 이어 올림픽 찬가가 펼쳐졌고, 이어 북한 인공기가 게양됐다. 이날 인공기는 군 의장대가 아니라 민간인에 의해 올려졌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은 따듯하게 맞아준 김기훈 촌장에게 소나무 그림을 선물했고, 무대 옆에 마련된 ‘휴전벽’에는 힘있는 필체로 ‘북한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올림픽선수단 원길우’라고 썼다.
북한 취주악단 단원들이 8일 강릉 선수촌 북한 선수단 입촌식에서 공연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입촌식의 정해진 행사인 소규모 농악대 연주와 비보이의 춤 공연 뒤 북한의 취주악단이 움직였다. 북한 취주악단은 무대 중앙에 선 북한 선수단을 마주본 위치에서 ‘반갑습니다’를 경쾌하게 연주했다. 이어 ‘아리랑’을 처연하게 풀어나갔는데, 옆에 있던 외국 기자는 ‘저 노래가 아리랑이냐?’고 묻기도 했다. 북한 취주악단은 이후에도 여러 곡을 연주하는 등 11시40분까지 30분 가까이 공연을 펼쳤다. 선수촌의 각국 선수들도 담장 넘어 박수를 치며 지켜보는 등 국기광장 안팎은 취주악단 공연으로 화사했다. 북한의 선수단은 막바지에는 서로 손을 잡고 원을 그린 뒤 단체 율동을 펼쳤고, 우리 공연자 등이 그 사이로 들어가 함께 어울리는 등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북한 선수단은 마지막 순서에 무대 중앙에 모여 손을 흔들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국내외 미디어를 향해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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