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예선 7차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경기에서 예선탈락이 확정된 대한민의 장혜지가 투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졌지만 행복했던 대회였어요.”(장혜지)
“메달 딸 때까지 올림픽에 계속 도전할 겁니다.”(이기정)
11일 오전 컬링 믹스더블(남녀 2인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 한국 대표팀 이기정-장혜지 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날 이들은 예선 마지막 경기(7차전)에서 캐나다의 존 모리스-케이틀린 로즈 짝을 만나 3-7로 졌다. 3, 6엔드에서 3점을 가져오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기대해봤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로 잰 듯 스톤을 밀고 당기는 세계 최강 캐나다를 당해내지 못했다. 경기 뒤 이기정은 “영광스럽고 즐거운 올림픽이었지만 우리 실력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에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앞서 이들은 하루 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스위스와의 5~6차전을 잇따라 내줘 이미 4강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된 상태였다. 특히 예선 전적 2승2패에서 맞붙었던 오에이아르와 9엔드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점 차로 경기를 내준 게 뼈아팠다. 결국 이들은 최종 성적 2승5패, 미국과 함께 공동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애초 목표였던 4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충분한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다. 국내에 컬링 저변이 거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세계 4위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해 캐나다(1위), 중국(4위) 등 세계적 강호들과 만만치 않은 경기를 펼쳤다. 이들이 20대 초반에 불과한 만큼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서 정상급 성장도 기대된다. 장반석 컬링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연장 두 경기를 잡았으면 곧바로 메달권이었다”며 “한국 컬링이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한 만큼 (다음 올림픽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핀란드와의 평창올림픽 첫 공식 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따내며 대회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린데다, 아직 국내에 낯선 컬링의 재미를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장혜지는 “이번에 컬링을 많이 알린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팬들이 ‘컬링이 재미있다’는 얘기를 해준 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국 컬링은 14일부터 남녀 4인조 경기에서 다시 메달을 노린다. 남자 대표팀에는 이기정의 쌍둥이 형 이기복이 출전한다. 이기정은 “형은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며 “남녀 모두 정말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릉/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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