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10일 밤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의 예선 경기를 마친 뒤 북한 응원단의 환영을 받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스위스전 패배는 잊어라. 진짜 모습을 보여라.”
세라 머리(30) 총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12일 밤 9시10분에 예정된 스웨덴과의 올림픽 본선 2차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단일팀은 10일 올림픽 본선 B조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0-8로 크게 졌다. 11일 관동하키센터 연습링크에서 열린 훈련에서는 부상중인 이은지를 제외한 34명 전원을 소집해 실전 같은 자체 경기를 소화하도록 했다. 머리 총감독은 “스위스전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단일팀은 전날 스위스전에서 고전했다. 남북한 수뇌부와 북한 응원단이 들어왔고, 6000여 관중석이 거의 찼다. 올림픽 첫 출전이라 가뜩이나 중압감이 엄청났다. 게다가 세계 6위 스위스가 강공을 폈다. 세계 22위(남한), 25위(북한)로 구성된 단일팀 선수들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스위스는 한 수 위의 기량을 발휘해 단일팀 골문 안쪽으로 52개의 소나기 슈팅을 퍼부었다. 단일팀 골리 신소정도 역부족이었다. 단일팀은 8개의 유효슈팅만 생산했다. 단일팀 주장 박종아는 “많은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다”고 아쉬워했다.
한반도기 손깃발을 든 관중과 북한 응원단은 “힘내라” “우리 선수 잘한다”라며 기운을 불어넣었다. “한골만”이라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뒤 아쉬움이 남았지만 관중들은 단일팀 ‘코리아’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머리 총감독은 12일 스웨덴전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위스전에서는 우리 팀이 어떻게 경기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스웨덴전에는 어떤 정치인도 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머리 총감독은 이날 맹훈련을 시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모든 선수가 번갈아 투입됐고, 수비수들은 몸을 던지며 슈팅을 막아냈다. 북한 공격수 김향미가 골을 넣을 때는 동료들이 하이파이브로 축하해주기도 했다. 박철호 북한 감독은 훈련 막바지에 다시 한번 “어제 경기는 잊어버리자”며 각오를 다졌다.
머리 감독은 이날 훈련 뒤 “선수들에게 우리 시스템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세계 5위의 강호로 10일 일본(9위)과의 첫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체격과 힘이 좋고 스피드를 갖췄다. 단일팀은 4일 평가전에서 스웨덴에 1-3으로 진 바 있다. 하지만 스위스전 ‘예방주사’를 맞으며 올림픽 무대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부담감에서 벗어나면 선전할 수 있다. 북한 선수로는 정수현, 김은향, 황충금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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