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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성실·강한 승부욕…민석이는 제2의 이승훈”

등록 2018-02-14 11:37수정 2018-02-14 17:24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동’ 김민석
5000m 탈락 아픔 딛고 자신과의 싸움
보프 더 용 코치의 친형 리더십도 한몫
18일부터 팀추월 시작 다시 메달 사냥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최초로 1500m 올림픽 메달을 따낸 김민석이 13일 보프 더 용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최초로 1500m 올림픽 메달을 따낸 김민석이 13일 보프 더 용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냉정, 성실, 승부욕…

모든 것이 꼭 닮았다. ‘제2의 이승훈’ ‘빙속괴물’의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13일 강릉빙상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메달리스트 김민석(19·평촌고)은 바위 같은 냉정함과 타고난 성실성을 갖춘 될성부른 나무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중학교 3학년 때 대표팀에 발탁됐다. 태릉과 밖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면서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말 성남시청과 계약한 김민석은 졸업을 앞둔 고교생이다. 하지만 차분한 말씨나 당돌한 눈빛엔 강한 고집이 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김민석은 아주 냉정한 선수다.

김민석은 동메달 딴 뒤 열린 인터뷰에서 “내 앞에서 뛴 네덜란드의 키엘트 나위스가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속으로 ‘잘 타는 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전부다. 나는 부담없이 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담을 털어낸 것이 3위(1분44초93)의 원동력이었다. 격차게 크게 난 1위 나위스(1분44초01)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결국 네덜란드 출신인 패트릭 루스트(1분44초86)와 은메달과 동메달을 양분했다.

물론 16조에서 출발했던 김민석이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19조까지 6명의 선수들이 추가로 출전했고, 그 가운데는 세계 3위인 미국의 조이 만티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선수들이 1분45초대로 넘어가면서 쾌재를 불렀다. 김민석은 “조마조마했다. 3등 확정 소식을 듣고 부모님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어디에 계신지 몰라 그러질 못했다”며 웃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김민석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착하면서 성실하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제2의 이승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며 “만약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이 출전하는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딴다면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은 올림픽 전종목 메달을 따게 된다”고 했다.

1500m는 초반 스피드와 후반 지구력이 필요한 난해한 종목이다. 하지만 김민석이 마의 장벽을 넘어섰다. 이로써 한국은 500m(모태범 금메달, 이강석 동메달), 1000m(김윤만 모태범 은메달), 5000m(이승훈 금메달), 1만m(이승훈 금메달), 팀추월(이승훈 등 3인 은메달) 등 올림픽 종목을 석권했다. 24일 첫 정식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이 메달을 따내면 아시아에서는 우뚝한 올림픽 전종목 석권의 나라가 된다.

김민석 역시 18일부터 예선전이 펼쳐지는 팀추월(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에서 두번째 메달을 노리고 있다. 남자 팀추월은 3명의 선수가 한 팀이 돼 400m 트랙 8바퀴를 돌아 승부를 내는데, 이승훈이 앞에서 끌어주면 김민석과 정재원이 호흡을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한다. 김민석은 “이승훈 선배와 재원이와 합이 잘 맞는다.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성실파인 김민석이 못해낼 것도 없다. 그는 까다로운 1500m 경기의 매력을 묻는 말에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김민석은 이승훈이라는 ‘큰 산’ 뒤에 가려졌지만, 늘 “개인 종목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며 오기를 드러냈다. 지난해 후배 정재원(17·동북고)에게 5000m 출전권을 빼앗기면서 자존심을 상한 것은 독기를 품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친형 같은 친근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사로잡는 네덜란드 출신 한국국가대표 빙상팀 코치 보프 더 용도 한몫을 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보프 더 용 코치가 네덜란드 등 상대팀 전략을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마음 등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었다. 선수들도 보프 더 용 코치를 잘 따른다. 서로간의 신뢰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깜짝 2관왕에 올랐고, 올림픽 첫 출전에서도 중압감과 부담감을 털어낸 신세대 김민석은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신화’를 써 내려간 이승훈을 빼닮고 있다. 김민석의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강릉/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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