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C조 첫 경기에서 핀란드 선수의 샷이 독일 골리를 뚫고 골망을 흔들 때 얼음보라가 일고 있다. 강릉/AFP 연합뉴스
“어젯밤 단일팀 경기 본 뒤 왔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세종시에서 ‘득달같이’ 달려왔다는 박신자씨는 1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C조 개막전인 핀란드-독일전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도 재미있었는데, 직접 보니까 더 신나요. 정말 돈이 아깝지 않아요.”
이날 1만명을 수용하는 하키센터에는 절반 안팎의 좌석이 찼다. 독일과 핀란드에서 온 팬들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 관중이었다. 박씨처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에 영향을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핀란드를 응원한 박신자씨는 “경기장 오는 셔틀버스에서 핀란드 사람을 많났다. 아들과 딸도 모두 즐거워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14일 밤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B조 미국과 슬로베니아의 개막전에서도 똑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3천여 관중은 “와~, 이런 거였어!”라는 감탄사를 쏟아내며 아이스하키 경기에 푹 빠졌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선수들의 속도감, 스케이트날이 깎아내는 얼음보라, 선수들이 펜스에 부닥칠 때 나는 ‘쿵’소리와 스틱이 탁탁 부딪치면서 내는 소음까지 보는 이의 심장박동을 높이는 요소가 많다.
작전타임이나 페널티가 발생했을 때 경기가 멈추면 얼음을 치우는 자원봉사 요원들이 멋진 스케이팅 솜씨를 뽐내며 순식간에 얼음조각을 쓸고 나가는 것도 재미다. 모든 게 스피드를 갖추고 있으니 관중은 한가할 틈이 없다. 여기에 키스타임, 댄스타임 등 관중을 위한 ‘양념’ 오락이 배치돼 있고, 올림픽 기준의 시설이라 실내 온도는 경기 보기에 적정하다. 꼭 한국팀의 경기만 볼 필요도 없다. 올림픽은 수준 높은 대회다. 외국팀의 경기를 본 관중의 만족도는 아낌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높다.
아이스하키는 겨울올림픽의 꽃이라 불린다. 평창올림픽 결승전 티켓은 90만원이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최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빠졌지만,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볼거리다.
미국은 대학생 선수와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는데, 14일 첫 경기에서 연장 끝에 슬로베니아에 2-3으로 졌다. 세계 순위로 따지면 미국(5위)이 슬로베니아(15위)에 진 것은 이변이다. 또 다른 B조 경기에서 우승후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들’(2위)도 슬로바키아(11위)에 2-3으로 역전패했다. 15일 C조에서 핀란드(4위)는 미세한 우위를 자랑하면서 독일(8위)을 5-2로 이겼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세계 21위로 이번 대회 출전 남자 12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하지만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계기로 일어난 아이스하키 붐에 힘입어 열화와 같은 안방 관중의 응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변도 가능하다.
강릉/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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