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피겨왕자’ 하뉴 유즈루(24)가 첫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에 오르며 66년만의 피겨 남자 싱글 2연패를 향해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차준환(17)은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기록하며 20년만에 한국 남자 피겨 선수로는 프리프로그램 진출권을 따냈다.
하뉴는 16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63.18점에 예술점수(PCS) 48.50점을 얻어, 총점 111.68점을 얻었다. 지난해 9월 자신의 최고점이자 세계기록 112.72점에 근접한 완벽한 연기였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하뉴가 다음날 열리는 프리스케이팅 점수 합산 1위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66년만에 나타난 2연패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한 선수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것은 1948년 생모리츠 대회와 1952년 오슬로 대회를 석권한 미국의 전설적인 피겨스케이터 딕 버튼이 마지막이었다.
쇼팽의 ‘발라드 넘버1’에 맞춰 연기플 펼친 하뉴는 첫 점프과제였던 쿼드러플 루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이어 플라잉 카펠 스핀과 체인지 풋 싯 스핀을 이어나가면서 전반부 연기를 완벽하게 마쳤다. 하뉴는 후반부 연기의 시작을 자신의 필살기인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으로 열었다.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수행한 뒤 이어서 스텝 시퀀스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까지 깔끔하게 펼치면서 연기를 마쳤다.
하뉴가 연기를 마치자마자 경기장을 찾은 일본팬들은 환호성과 함께 곰돌이 푸우 인형을 빙판 위로 던졌다. 푸우는 하뉴가 가장 좋아하는 하뉴의 상징과도 같다. 너무 많은 푸우 인형이 빙판 위에 쏟아져 화동들이 푸우 인형을 수거하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려 다음 순서인 네이선 천(19·미국)이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차준환이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는 완벽한 연기로 한국 선수로는 20년 만에 프리프로그램 진출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현존하는 최고의 피겨스케이터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하뉴는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를 앞두고 오른 발목을 다치는 악재를 당했다. 이후 대회를 포기하고 올림픽 직전에야 정상 컨디션을 찾을 정도로 하뉴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하뉴는 부상 공백을 무색케 하는 완벽한 연기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하뉴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하뉴의 다음 순서로 연기를 펼친 네이선 천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듯 자신의 주무기인 4회전 점프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기술점수 41.39, 예술점수 41.88, 총점 82.27로 부진하며 17위로 쳐졌다.
한국의 차준환은 기술점수(TES) 43.79점에 예술점수(PCS) 39.64점을 합쳐 83.43점을 획득해 네이선 천을 제치고 15위에 올랐다. 이 점수는 지난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자신의 최고점(82.34점)을 1.09점 끌어올린 신기록이다. 이로써 차준환은 남은 선수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는 24위 이내에 들어 '컷 통과'에 성공했다. 한국 남자 피겨가 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낸 것은 1998년 나가도 대회 때 이규현 이후 20년 만이다.
차준환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차준환의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두 주먹을 쥐고 기뻐했다. 경기 뒤 차준환은 취잰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오늘 점프들이 처음부터 살짝 불안해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분위기도 즐기면서 시합을 치른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좋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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