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속의 올림픽의 불을 꺼야 한다.”
윤영길 한체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28일 “올림픽 선수들은 메달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다. 지금도 그 관성이 남아 있다. 자기 생활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때의 생각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메달리스트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허탈감이 커지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했나’라는 회의가 몰려올 수도 있다”고 했다. 메달리스트에 대한 관심이나 인기가 금세 사라진다. 윤 교수는 “2010년 밴쿠버나 2012년 런던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올림픽 열기는 대회 뒤 3개월까지 갔다. 하지만 지금은 한 달이면 다 사그라진다. 평상시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생한 경험담을 후배들과 나누거나, 재능기부 차원에서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윤 교수는 “석 달 정도가 고비다. 그냥 쉬면서 자기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하지만 회의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경기력이라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그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 윤 교수는 “올림픽 선수들을 위한 경기력 지원 체제는 잘 돼 있다. 하지만 선수 개인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심리 영역에서도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심리는 스스로 극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6일 올림픽 선수단이 해산할 때 이런 부분을 말해주지 않은 것은 아쉽다.
윤 교수는 “대표팀을 소집했을 때부터 큰 그림을 그려 선수들이 복귀할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 메달을 따면 마음에 큰 변화가 오는데, 자기를 중립화시키고, 결과를 컬러에서 흑백으로 중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메달을 땄을 때의 기쁨과 현재의 의미, 앞으로의 가치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대표급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강하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쇼트트랙의 심석희와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 등에게 심리 상담을 해준 윤 교수는 “스케이트를 신은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선수가 회복해 메달을 딴 것을 보고 역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메달리스트의 은퇴 뒤 생활을 연구했던 윤 교수는 “메달리스트는 대개 연예인화하거나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자기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경우는 매우 적다. 금메달리스트의 함정이다. 이 선수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역할을 주고, 선수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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