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맨 이세범은 ‘겸손맨’
중·고교 후배 이정석 대타로 나와 대활약
“주전 빼앗겠단 생각 안해…목표는 팀우승”
“주전 빼앗겠단 생각 안해…목표는 팀우승”
서울 삼성 포인트가드 이세범(31·사진)의 별명은 ‘세발이’다. 이름에서 나온 별명이지만 빠른 발 때문에 더욱 잘 어울린다.
요즘 프로 9년차인 노장 이세범이 농구코트에서 뜨고 있다. 지난 27일 삼성이 방성윤의 서울 에스케이를 누른 뒤 안준호 삼성 감독은 수훈갑으로 단연 이세범을 꼽았다. 안 감독은 “이세범이 제몫을 훌륭히 다해 이길 수 있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경기 전에도 안 감독은 “이세범은 농구명문 용산중·고와 중앙대에서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선수”라며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서 그렇지 농구 센스와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안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이세범은 이날 32분간 뛰며 포인트가드 능력의 척도인 도움주기를 8개나 올렸다. 가로채기도 두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4개를 기록했다. 이세범이 안 감독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 25일 안양 케이티앤지(KT&G)와의 원정경기.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빠진 주전 포인트가드 이정석 대신 들어간 이세범은 38분을 뛰며 4쿼터 중반 승기를 잡는 3점포를 포함해 10득점 6도움주기 1가로채기를 기록하며 빛나는 활약을 보였다. 안 감독은 “이세범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며 흐뭇해했다.
1997년 대구 동양에서 데뷔한 이세범은 그동안 4차례나 팀을 옮기는 등 곡절을 겪었지만 가는 곳마다 ‘식스맨’으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요즘 같으면 중·고교 8년 후배인 이정석의 주전 자리마저 위협할 태세다. 하지만 그는 욕심이 없다. “정석이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도움을 주고받는 동료일 뿐이다.”
이세범은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서도 “팀이 우승해 챔피언 반지를 끼는 것”이라며 “개인적 목표는 세우지 않았으며, 팀이 잘 하면 덩달아 나 개인도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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