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차재관 선수가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캐나다전에서 스톤을 밀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한민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평창겨울패럴림픽에서도 또 한번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승부사’로 떠오른 차재관(46)의 활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의 포지션은 세컨드이자 부주장(바이스 스킵)이다. 리드와 서드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고, 어떤 포지션보다 침착함이 요구되는 자리다. 컬링은 통상 스킵이 마지막 7, 8번째 투구를 하지만 차재관은 가장 정교한 샷을 요구하는 맨 마지막 순서에서 주로 스톤을 던지며 대표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차재관은 13일 핀란드전에서도 4-2로 앞선 5엔드에서 정확한 샷으로 상대 스톤 2개를 모두 하우스 밖으로 밀어내는 더블테이크아웃 샷을 선보였다. 그는 12일 패럴림픽 3회 연속 금메달 팀인 캐나다와의 경기에서도 멋진 더블테이크아웃 샷으로 승리를 확정지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차재관은 서른살이던 2002년 10월4일,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척추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후 재활병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 역시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어렵게 첫아이를 얻은 뒤 3년 뒤에는 쌍둥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2남1녀 삼남매의 아빠다.
결혼 후 아내와 함께 재활운동에 매진하면서 배드민턴을 시작했고, 탁구에 이어 2006년 휠체어컬링에 도전했다. 첫 국제대회는 2015년 10월 스위스대회였다. 패럴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휠체어컬링은 ‘익스텐디드 큐’(extended que)라고 불리는 장대로 스톤을 밀며 투구를 한다. 별도 장비 없이 직접 손으로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비장애인 컬링에 비해 정확성을 기하기 어렵다. 더구나 투구 뒤 속도와 방향을 재조정할 수 있는 스위핑이 없어 투구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차재관은 훈련량이 많을 때는 하루 9시간씩 스톤을 던지기도 한다고 했다. 차재관은 정확히 개수를 계산하지 못했지만 이 경우 스톤을 던지는 횟수가 100개는 넘을 것으로 짐작했다.
차재관은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고 말한다. 그는 “패럴림픽을 준비하느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못 보내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자상한 편도 아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꼭 패럴림픽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하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한편 한국 휠체어컬링은 14일 경기에서 노르웨이에 2-9로 졌지만 스웨덴을 4-2로 이겨 7승2패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영국, 중국과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강릉/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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