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동신이 지난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3피리어드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보여주며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승부사… 결정적인 한방 슛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예언은 적중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을 앞두고 발간한 취재정보 자료집에 장애인아이스하키 ‘키맨’ 장동신(42)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17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3-4위 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3분18초를 남기고 ‘로켓맨’ 정승환(32)의 도움주기를 받아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었다. 한국 선수들은 18일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스하키 사상 패럴림픽 첫 메달이다. 결승에선 미국이 캐나다를 연장 끝에 2-1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장동신에게 ‘키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서 언제나 해결사로 나섰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도 스웨덴과의 7-8위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2-0 승리에 기여했고,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세계 4위 노르웨이전에서 종료 1분51초 전 결승골을 넣었다.
장동신은 24살이던 18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뒤 운동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여름엔 펜싱 선수로 변신한다. 장애인전국체전에서 2003년 6관왕, 2008년 5관왕에 올랐고,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도 땄다. 부인은 4년 전 은퇴했지만 휠체어펜싱 선수 출신으로 한때 ‘부부 검객’ 소리를 들었다.
정승환은 세계적인 장애인아이스하키 스타다. 그는 총알 같은 스피드와 빼어난 골 감각으로 ‘빙판 위 메시’로 불린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홍보대사로 얼굴도 익히 알려져 있다.
장동신은 결승골의 공로를 온전히 정승환에게 돌렸다. 그는 “승환이가 패스를 잘해줘 퍽에 스틱을 갖다 대기는 했는데, 운이 좋아 날 틀에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 순간 고생한 우리 선수들과 아내, 딸, 부모님 얼굴이 생각났다”고 돌아봤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 이탈리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3피리어드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한데 엉켜 기뻐하고 있다. 강릉/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승환 역시 “누가 골을 넣었든 메달을 땄다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메달을 따고 나서 부른 애국가는 내 인생 최고의 애국가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2014년 소치패럴림픽을 1년 앞두고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소치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던 약속을 4년이 지나 강릉에서 지켰다. 미혼인 그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곧 프러포즈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한편, 예선을 1위(9승2패)로 통과하며 ‘오벤저스’ 돌풍을 일으킨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4위로 마감한 뒤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강릉/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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