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박인비. 피닉스/AFP 연합뉴스
1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박인비(30)는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아는 남편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4년 전 결혼한 프로골퍼 출신의 남편 남기협(37)씨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그는 19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파 72·6679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약 16억원) 대회를 앞두고 남편의 조언을 받아들여 퍼터 교체를 결심했다. 그는 “남편이 ‘예전 퍼터는 실수가 나와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미스 샷에 대해 공이 지나가는 길을 좀 더 연구할 겸 퍼터를 바꿔보자’고 해서 교체했다”며 “실제로 공의 움직임이 잘 보여서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앞두고 박인비는 “이 코스의 경우 파5 홀에서 장타자들은 두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장타자가 아닌 저로서는 퍼트가 잘 돼야만 타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퍼터 교체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날 마지막 라운드에서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에게 1타 차로 쫓긴 12번 홀(파4) 그린 밖에서 시도한 퍼트로 데이비스의 추격을 따돌렸고, 이후 15번 홀(파5)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특히 13번 홀과 14번 홀에서 잇따라 3m 이상 만만치 않은 거리에서 잇따라 퍼트를 성공했다. 박인비는 경기 뒤 “(이번 시즌 첫 출전 한) 싱가포르 대회에서 공은 잘 맞았지만 퍼트가 좀 아쉬웠는데 이번엔 퍼트가 잘 들어갔다”며 기뻐했다. 실제로 박인비는 이번 대회 1, 3, 4라운드에서 퍼트 수가 27, 27, 28개에 불과했고, 2라운드에서만 33개로 막아내는 준수한 기록을 냈다. 결국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지난해 3월 에이치에스비시(HSBC) 챔피언스 이후 1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공동 2위 선수들을 5타 차로 따돌리는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미국 투어 통산 19승을 달성한 박인비는 “앞서 따낸 18승과 같은 기분”이라면서도 “우승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결과”라며 웃음지었다.
2016년에는 리우올림픽 우승 이후 손가락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브리티시오픈 이후 허리 통증으로 2년 연속 8월에 시즌을 마감했던 그는 “오늘 결과로 다시 우승할 수 있고, 통증 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인비는 29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에 출전한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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