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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상한’ 부츠에 속상한 최다빈

등록 2018-03-27 20:07수정 2018-03-27 22:19

세계선수권 출전 최다빈 27일 귀국
“낡은 부츠가 발목 지탱 못해…”
시즌 마무리 못하고 아쉬움 더해

빙상선수 부츠는 단순한 연장 이상
맞춤 주문해도 불량, 오랜 길들이기
발가락 변형, 고통 참는 것은 예사
최다빈이 지난달 8일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다빈이 지난달 8일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힘들어도 마무리 잘하려고 했는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마치고 27일 귀국한 신혜숙 코치는 “최다빈이 정말 좋은 모습으로 시즌 마무리를 하려고 열심히 했다. 마지막 시합에서 그게 안 돼 몹시 속상하고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최다빈(18·고려대)은 평창올림픽 출전 뒤 쉬지도 못하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대회에 나갔다. 하지만 부츠가 잘 맞지 않는 바람에 고통을 참으며 출전한 21일 쇼트프로그램(55.30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프리스케이팅은 아예 기권했다. 신 코치는 “오른발로 점프하고 착지를 해야 하는데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점수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부츠가 발목을 지탱해주지 못해 자칫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출전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피겨 선수들한테 부츠는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 빙상계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부츠가 맞지 않으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 김연아나, 지난해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도 부츠가 맞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최다빈이 신은 부츠는 ‘짝짝이’다. 지난해 부츠 교체 과정에서 고생한 최다빈은 옛날 사용하던 부츠 가운데 왼쪽, 오른쪽을 골라 신었고 지난달 평창올림픽에도 짝짝이를 신고 나갔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부츠라 더는 버티지 못했다. 신 코치는 “부츠의 발목 부분을 테이프로 고정하고, 다림질을 한 뒤 빳빳하게 세워보기도 했지만 계속 주저앉았다. 주변에서 부츠를 구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다빈이 쓰는 부츠는 미국의 에스피테리(SP-Teri)다. 발의 모양과 치수를 보내 반맞춤식으로 공수받는다. 보통 6개월마다 교체해 해마다 두 켤레씩 주문한다. 하지만 똑같은 치수의 제품도 발에 딱 맞는 것이 아니고, 가끔 불량품도 나온다. 신 코치는 “재봉선이 틀어져 있어도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정도로 민감하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부츠 때문에 발이 변형되거나 고통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발에 발을 맞추는 식이어서 마찰이나 압박을 받는 발가락이나 뼈가 불거진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요즘은 성형이 가능한 부츠를 스케이트 오븐에서 구워 물렁해질 때 발을 넣고 신발끈으로 꽉 묶어 발에 맞춘다. 그렇게 해도 길들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완벽하지도 않다”고 전했다.

최다빈은 일단 에스피테리 부츠를 새로 주문했고, 예비로 갖고 있는 부츠에 발을 맞추고 있다. 시즌이 마감돼 학업에 열중해야 하지만 하반기 그랑프리에 초청될 가능성이 있어 연습은 해야 한다. 한 켤레에 60만원이 넘는 부츠나 역시 60만원 이상 하는 날을 연간 두 짝 이상씩 바꿔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신 코치는 “피겨 선수에게 부츠가 중요한 것은 육상 선수가 헐렁하거나 꽉 끼는 신발을 신고 달리기를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선수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연기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과 눈물이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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