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27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을 꺾고 우승한 뒤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27일 전년도 챔피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을 꺾고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에 올랐다.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이 없었던 도로공사가 우승하는 순간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모두가 밝은 표정이었지만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는 볼 수 없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우승인데다, 1차전 승리 뒤 이바나와 임명옥 등 많은 선수들이 눈물을 떨구던 것과 비교돼 조금은 낯선 장면이었다.
기업은행 소속 당시 3회 우승 등 통산 4번째 우승을 경험한 박정아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우승한 뒤 언니들이 울 줄 알았는데 아무도 울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베로 임명옥은 “우리는 이미 1차전 때 우승했다”는 말로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김종민 감독 역시 “1차전을 너무 극적으로 이겨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크게 기쁘다는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1차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1, 2세트를 잡고 기세를 올렸지만 3, 4세트를 내주고 마지막 5세트에서도 10-14까지 밀렸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1점만 내줘도 지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14-14 듀스까지 끌고 갔고 마침내 17-15로 승리했다. 김 감독은 “1차전 극적인 승리가 선수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승 경험이 없어 처음부터 4차전 이내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차전에서 역전승하고 나니 3차전에서 끝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도로공사 감독과 선수들은 1차전을 기적처럼 승리한 뒤 이미 우승을 예감하고 있었다. 반면 3차전을 앞두고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7년 동안 선수들에게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경기는 좀 즐기라고 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선수들의 부담과 긴장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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