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골망 커팅할 때 보니까 우승 못해본 티 나더라”

등록 2018-04-05 10:42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MVP 김정은 가상 대담】

위성우 감독
보자마자 ‘우리’ 데려오려 점찍어
‘올해는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센터까지 맡아줘서 고마울 따름…
슬슬 다음 시즌 우승 준비해야지?

MVP 김정은
악명높은 ‘우리’ 훈련도 훈련이지만
‘퇴물 데려왔다’ 악플에 이 악물어
영희 언니·혜진이 격려에 큰 힘…
일단 우승 여행 뒤에 얘기할까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과 김정은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이야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과 김정은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이야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을 바라보는 김정은(31)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웃고 있지만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분노까지 뒤섞여 있다. 위 감독은 힘든 훈련을 견뎌내고 믿고 따라줘 마침내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한 김정은이 그저 고맙다. 위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최초로 감독으로서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궜고, 김정은은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최근 <한겨레>를 방문한 위 감독과 김정은의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꾸며봤다.

△위성우 감독=국가대표 감독으로 태릉선수촌에서 너를 처음 봤을 때 우리 팀으로 꼭 데리고 오고 싶었어.

△김정은=‘꼭 재기시켜주겠다’는 감독님 말을 믿었어요.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려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을 때 저에 대한 악플은 감내했지만 ‘유망주를 주고 퇴물을 데려왔다’는 감독님에 대한 악플은 견디기 힘들었어요.

△위=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훈련은 견딜만 했니?

△김=우리은행 훈련은 다른 팀 선수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지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임)영희 언니가 ‘이걸 이겨내면 확실한 보상이 있다’고 격려해줘서 버틸 수 있었어요.

△위=개막 후 2연패를 당했을 때 ‘올해는 정말 어렵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너의 존재가 큰 힘이 됐어. 너 없었다면 우승도 불가능했어.

△김=밥먹 듯 우승하던 팀에 제가 합류한 뒤 개막 2연패를 당했을 때 저는 정말 ‘불운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죠. 그때 (박)혜진이가 ‘언니, 앞으로 20승(15패)만 하자’고 부담을 덜어줬고, ‘언니 때문에 우승해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해줘서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위=처음 뽑은 외국인 선수도 기량이 떨어지고 토종 빅맨도 없어서 고생했는데 네가 센터까지 맡아줘서 정말 고마웠어.

△김=힘든 훈련에 포지션 변경까지 힘든 것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감독님의 지도력에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욱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 센터를 봤던 것도 큰 도움이 됐구요. 하지만 또 하라고 하면 못해요. 다음 시즌에는 꼭 괜찮은 센터 뽑아주세요. ㅎㅎ

△위=솔직히 매 시즌 안 힘들었던 적이 없지만 올해는 정말 힘들었어. 특히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또 교체해야 했을 때는 ‘우승하지 말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김=부친상 때문에 더 힘드셨죠?

△위=사실 아버지는 내가 농구를 시작하게 해주신 분이야. 자식 위해 늘 기도해주셨는데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우승은 아버지의 선물 같아. 이번 기회에 (럭비 선수인) 남편 자랑 좀 해봐.

△김=남편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남편이 큰 힘이 됐어요.

△위=넌 확실히 우승 못해 본 티가 나더라. 골망 커팅할 때도 버벅대고. ㅋㅋ

△김=놀리지 마세요. 촌스럽다고 하실지 몰라도 우승 확정 1분 전부터 울컥하는 게 올라와서 힘들었어요. 아마 제가 한창 잘 나갈 때 이적해서 우승했다면 이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위=엠브이피(MVP)는 네가 받았지만 (임)영희나 (박)혜진이가 서운해하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래서 우리 팀이 잘 되는 것 같아.

△김=영희 언니나 혜진이가 받아야 할 상인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위=자, 우리 또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다시 시작해야지?

△김=영광의 순간은 짧고, 고통은 길다더니…, 감독님 그런 얘기는 우승 여행부터 좀 다녀와서 하시죠.

△위=그래 알았다. 우리 놀 땐 확실히 놀자. ㅎㅎ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