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조민호(오른쪽 둘째)가 2월1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예선 1차전 체코와의 경기 1피리어드에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아직도 꿈꾸는 것 같아요.”
한국 아이스하키의 전무후무한 기록의 무게랄까.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두달이 지나도 새록새록 하다. 식당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다.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초현실적 상황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올림픽 첫 골의 주인공 조민호(31·안양 한라). 2월15일 예선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그가 터뜨린 골은 역사가 됐다. 대표팀에는 올림픽 기간 총 4경기에서 두번째, 세번째 골을 넣은 선수가 있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팬은 많지 않다. ‘검은 머리 용병’으로 불리는 조민호도 인정했다. “역대 수많은 골을 넣었지만 가장 여운이 남는다.”
조민호가 2월15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예선 1차전 체코와 경기에서 퍽이 튀어나올 것에 대비해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퍽은 교묘하게 골리 옆을 파고들어 골망을 흔들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보관된 올림픽 퍽만 바라보며 안주할 수 없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소집돼 23일 슬로바키아 캠프로 떠난다. 5월4일 덴마크에서 개막하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16개 팀이 벌이는 ‘별들의 잔치’에는 세계 최강의 팀만 초대받는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망신당한다.
조민호는 “지난해부터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느라 달려왔다. 쉴 틈이 없지만 만족하고 행복하다. 하키 생각만 하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최근 소속팀이 아시아리그 통합우승 3연패를 달성하며 닷새간 미국으로 팀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현지에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만 들입다 봤고, 비행기 안에서도 좌석에 앉아 근력 운동을 했다. 그는 “올림픽 같은 큰 경기를 하니까 보는 눈이 달라진다. 우리는 더 강해졌다”고 했다.
실제 아시아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오지 이글스 선수들은 이제 ‘한 수’ 아래다. “일본 선수들이 빠르다고 하지만 그들을 여유 있게 관찰하게 됐다. 조급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제압할 수 있더라.” 과거 한국과 평가전조차 떨떠름하게 여겼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멘털이다. 백지선 감독이 “온종일 하키 생각하며 지낸다”고 했는데, 대표팀 선수들도 백 감독을 닮아가고 있다. 조민호의 ‘승부욕’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체력훈련을 빼먹지 않는 중독증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서양 선수들에게 밀리는 것이 싫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더 악착같이 퍽을 잡으려고 덤비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스하키를 보는 눈들이 달라졌다. 그런 변화는 지난 4년간 변화를 준비해온 선수들이 만들었다. 조민호는 “실수해도 불안하지 않다. 우린 팀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23일 출국하는 대표팀이 5월 월드챔피언십 잔류의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한층 성장한 조민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