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의 신장 제한 규정으로 한국 프로농구 무대를 떠난 데이비드 사이먼. 한국농구연맹 제공
한국농구연맹(KBL)이 2018~2019시즌 외국인 선수의 키를 2m 이하로 제한하면서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한국 프로농구 규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한국시각) ‘개인 반칙! 키 크다고 미국 선수를 쫓아내는 한국 농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자국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티켓 판매 부진 해소를 위해 외국 선수들의 키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비엘이 최근 외국 선수 신장 제한 규정(장신 200㎝ 이하·단신 186㎝ 이하)을 바꾸면서 국내 언론과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 언론들도 쓴소리를 내놓았다.
이미 영국 비비시(BBC)와 가디언 등이 케이비엘의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을 지적한 데 이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비판에 가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케이비엘의 새 규정 때문에 일리노이주 출신의 데이비드 사이먼(안양 KGC 인삼공사)이 케이비엘 직원 2명의 ‘더블팀’(이중 수비) 속에 키재기를 했다”고 농구 용어에 빗대 꼬집은 뒤 “세 차례 측정 끝에 결국 제한 규정을 넘어서 다음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센터로 뛰기에는 키가 작아 한국행을 선택한 사이먼은 “내가 농구를 하기에 키가 너무 크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며 씁쓸해 했다.
이에 대해 이성훈 케이비엘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보복관세를 통해 자국 생산품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번 조치는 (한국 농구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샤킬 오닐(216㎝) 같은 선수가 중심이 됐던 농구는 끝났다”며 “(신장 제한 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엔비에이가 ‘스몰볼’ 시대의 부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빅맨들의 기교가 좋아져서다. 키 제한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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