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군 서울 에스케이(SK)의 문경은 감독(왼쪽)과 전희철 코치가 2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저는 ‘복·덕장’이 되고 싶어요.”(문경은 에스케이 감독)
“아니 형! 복덕방처럼 들려요.”(전희철 에스케이 코치)
18년 만에 프로농구 에스케이(SK)를 챔피언에 올린 문경은(47) 감독과 전희철(45) 코치는 ‘찰떡궁합’으로 소문나 있다. 2011년부터 에스케이의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으면서 문 감독이 인자한 ‘아버지’ 역할을 하면, 전 코치는 깐깐한 ‘어머니’ 구실을 했다.
25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문 감독은 “내가 참는 스타일인데, 전 코치가 내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전 코치와는 마누라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했다. 전 코치는 “문 감독님이 형님처럼 선수들을 보듬는다면, 저는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이어서 선수들에게 강하게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에스케이는 2010년까지 호화멤버의 정거장 구실을 하며 ‘모래알 군단’으로 불렸다. 그러나 문경은 감독과 전희철 코치 체제 이후 확 바뀌었다. 2013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연패로 져 좌절을 겪은 것은 미래를 위한 ‘비싼 수업료’였다.
5년이 지난 올해,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초반 디비(DB)에 2연패를 당했을 때도 낙담하지 않았다. 문 감독은 “1·2차전에서 3~5점차 박빙으로 졌다. 우리 선수단은 한 경기만 잡으면 뒤집을 자신이 있었다. 나 또한 옛날처럼 긴장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팀 전력의 절반”인 김선형이 발목 부상으로 4개월 빠졌고, 지난달 플레이오프에서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인 애런 헤인즈가 부상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정규 마지막 경기에서 케이씨씨를 이겨 4강에 직행했고, 헤인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른 제임스 메이스가 챔피언전에서 반짝 활약한 것은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큰 경기 승리를 위해서는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발생 가능한 사안에 대해 1안, 2안, 3안, 4안까지 준비를 했다”고 강조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라 조금만 성적이 떨어져도 비난이 쏟아질 때도 있었다.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전 수훈 선수인 김선형과 김민수를 4쿼터 결정적 시점에 배치하거나, 정규리그 4~5라운드부터 주요 선수 중심으로 외곽슛 연습을 따로 시킨 것은 문 감독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또 문 감독이 ‘운장’이나 ‘지장’과 달리, ‘덕장’이나 ‘복장’으로 불리고 싶어하는 이유다. 실제 김선형은 “감독님이 선수들과 워낙 소통을 잘한다. 선수단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템포 농구’ ‘공격 기회가 많은 농구’를 추구한다.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패배를 무릅써야 한다. 챔피언전 우승을 통해 농구의 폭과 깊이가 더해진 것은 반갑다. 문 감독은 “확실히 챔피언전 우승의 느낌은 정규리그 때와는 다르다. 다만 우승을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 정도로 준비를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감독은 언제까지 전희철 코치를 붙잡아 둘 수 없다. 그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오면 그 길을 찾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선후배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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