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200m 시상식 장면은 20세기의 사건이었다. 미국의 1위 토미 스미스(가운데)와 3위 존 카를로스(오른쪽)는 시상대 국기행사 때 장갑을 낀 주먹을 들고 머리를 숙였다. 시상대의 ‘시위 동조자’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은메달리스트 피터 노먼(1942~2006·왼쪽). 한겨레 자료사진
20세기 ‘스포츠 정치’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1968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시상대의 ‘검은 장갑’ 세리머니에 함께 했던 호주의 육상 선수 피터 노먼이 사후 공로훈장을 받았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28일 시드니에서 열린 총회에서 지난 2006년 세상을 뜬 노먼의 50년 전 용기 있는 행동을 기려 최고 영예인 공로훈장을 추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존 코츠 호주올림픽위원장은 “너무 늦은 훈장이다. 그는 평생 인권에 대한 믿음을 지켰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날의 용기 있는 행동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백인 체육 교사인 노먼은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2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당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와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흑인의 가난을 상징하듯 맨발로 시상대에 오른 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고개를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미국에서 한창이던 흑인 저항운동인 ‘블랙파워’에 지지를 표시한 이른바 ‘블랙파워 설루트’(Black Power Salute)였다. 노먼은 두 흑인 선수와의 연대의 뜻으로 ‘인권 배지’를 달고 나왔다. 당시 한 켤레밖에 없던 검은 장갑을 두 선수가 하나씩 나눠 끼라고 제안한 것도 노먼이었다.
이후 스미스와 카를로스는 미국올림픽위원회에서 퇴출됐고, 노먼도 호주 대표팀 선수로 선발되지 못했다. 2006년 노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스미스와 카를로스가 호주로 건너와 그의 관을 들기도 했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노먼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을 부인해왔는데, 2012년 호주 정부는 1972 뮌헨올림픽 당시 노먼이 대표로 선발됐음에도 올림픽에 보내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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