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5~18일)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 대회조직위원회의 무성의로 ‘훈련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팀은 개막(5일·이하 현지시각) 이틀 전인 지난 3일 대회가 열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2일 서울을 출발해 모스크바에서 하루를 지낸 뒤 무려 35시간 만에 대회 장소에 도착했지만 체육관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개막 하루 전인 4일부터 체육관을 개방한다는 대회 조직위의 방침 때문이다. 이미 이틀이나 몸을 풀지 못한 한국 선수단이 조직위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강태구 한국대표팀 감독은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봤지만 훈련 장소를 내주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며 난감해 했다.
선수단은 도리없이 영하의 날씨에 숙소인 프리발티스카야 호텔 앞 빈터 시멘트 바닥에서 훈련을 강행했다. 선수들은 추위에 곱은 손을 움켜쥐고 허연 김을 내뿜으며 서로 몸을 부닥치는 수비 훈련에 열중했다. 이어 폭 2m 남짓한 호텔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그나마 카펫이 깔려 있어 다행이었지만 일반 투숙객들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여야 했다.
체육관을 개방한 4일 조직위가 발표한 훈련 시간도 기가 막혔다. 각국에 고작 하루 45분~1시간씩 배정됐고, 경기시각에 맞춰 야간에 밤에 훈련해 온 한국의 훈련시간은 한낮에 배정됐다. 한국 선수단은 시간을 오후로 바꿔주거나 조금 더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조직위는 들은 척도 안했다. 경기시간도 러시아는 모두 오후 7시,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모두 오후 9시에 배정했다. 한국 등 다른 팀들은 들쭉날쭉이다. 선수단은 “대회가 시작되면 편파 판정 등 러시아와 북유럽 국가들의 ‘텃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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