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농구단의 허재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3일 오전 경기도 성남공항에서 북한 평양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실향민의 아들 허재(53)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평양 통일농구에 국가대표인 두 아들 허웅(25·상무), 허훈(23·KT)과 함께 참가했다. 허 감독은 방북 첫날인 3일 대동강을 찾았다. 그는 “아름답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언제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아들) 웅이, 훈이랑 사진을 한장 찍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의 아버지 고 허준씨는 신의주가 고향인 실향민이다. 고향을 늘 그리워하다가 8년 전 세상을 떠났다. 허 감독은 “제가 가는 것보다 아버님이 한번 가셨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뒤 “(아버님이 생전에) 고향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아쉬워했다.
허 감독은 옥류관 환영 만찬에서 15년 만에 평양냉면도 맛봤다. 그는 “15년 전이랑 옥류관 냉면 맛이 내가 느끼기엔 좀 다른 것 같다”며 “맛있게 먹었다”고 웃었다.
방북 이틀째를 맞은 허 감독은 4일, 15년 만에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을 찾아 새로운 감회를 전했다. 그는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뒤 “15년 전에 여기 체육관이 생겼을 때 처음 온 뒤 15년 만에 왔다”며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지만 (오랜만에 오니) 기분이 새롭고, 긴장된다고 할까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남북 통일농구 혼합경기가 열리는 4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 남자농구선수단이 연습하고 있다. 혼합경기는 남과 북의 선수가 섞여서 한 팀을 이뤄 치르는 것으로 남북 통일농구는 통산 네 번째이자 15년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허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통일농구에 참가했다. 당시 현대 농구단 소속이 아니었지만 남쪽 농구를 대표해 방북길에 올랐다. 또 당시 북한 농구선수 리명훈과의 끈끈한 우정도 주목을 받았다. 허 감독은 “예전에 리명훈 선수와 소주 한 잔 먹는 장면이라든지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할 때 옛날에 봤던 (북한) 선수들은 지금 고위 직책에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얘기는 못 하고 안부 인사만 했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국가대표팀이 이렇게 (남북) 교류 경기를 하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남북 관계가 점점 좋아져서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교류전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4일 남북 혼합경기를 여자팀과 남자팀 순서로 치른 데 이어 5일에는 남북 팀 간 친선경기를 남녀별로 치른다. 허 감독은 “(남북 경기는) 승패보다는 팬들이 보기에 멋있는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평양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