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인 장우진(오른쪽)-차효심이 21일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 혼합복식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소름이 돋고 역사적인 일이라서 더욱 뜻깊다. 내 탁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가 될 것 같다.”
지난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금융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코리아오픈’(총상금 26만6000달러) 혼합복식 결승전. 북의 차효심(24·세계 112위)과 짝을 이뤄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한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장우진(23·세계 30위·미래에셋대우)은 이렇게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효심 누나에게 고마운 게 더 많다. 평상시에는 친구처럼 잘해주고 경기를 할 때는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줬다. 8강에서는 효심 누나가 많이 해줬는데, 오늘은 둘 다 모두 잘했다”고 공을 차효심한테 돌렸다. 장우진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형이고, 차효심은 왼손 셰이크핸드 공격형이다.
둘은 이날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친-순잉샤 짝을 맞아 3-1(5:11/11:3/11:4/11:8)로 역전승을 거두고 남북대표팀에 이번 대회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했던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의 남북단일팀 금메달이었다. 북한 선수단 25명을 이끌고 온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은 “차효심-장우진 선수의 혼합복식 금메달은 5일간 남북단일팀의 하나됨과 경기장에 메아리친 뜨거운 응원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장우진(오른쪽)-차효심 짝이 혼합복식 우승 확정 뒤 환호하고 있다. 국제탁구연맹(ITTF) 홈페이지
장우진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세리머니를 하는데 효심 누나가 눈물을 살짝 보이는 걸 보고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나중에라도 단일팀으로 뛸 기회가 된다면 효심 누나와 다시 복식으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장우진은 대회 마지막날인 22일 열린 남자복식 결승에서도 왼손 셰이크핸드 공격형인 임종훈(21·KGC인삼공사)과 호흡을 맞춰 홍콩의 호콴킷-웡춘팅 짝을 3-1(11:8/19:17/9:11/11:9)로 누르고 우승했다. 장우진은 이날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형으로 세계 103위 중국의 량진쿤(21)을 4-0(11:8/11:9/11:7/11:3)으로 꺾고 우승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대회 남자부에는 세계 1위 판젠동, 6위 마룽 등 중국의 상위 랭커들은 나오지 않았으나 장우진은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 6위 중국의 쉬신을 4-1, 4강전에서는 세계 13위 일본의 미즈타니 준을 4-1로 누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장우진(오른쪽)과 임종훈이 22일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홍콩 선수들과 랠리를 하고 있다. <월간탁구> 제공
장우진은 춘천 성수고 시절이던 2013년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때 남자단식에서 중국의 유망주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남자탁구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은 2007년 정상은(28·삼성생명) 이후 6년 만의 쾌거였다. 그는 2014년 코리아오픈 때는 21살 이하(U-21)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며 다시 이름을 알렸다. 체격조건은 1m70, 63㎏이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주율링의 2018 코리아오픈 결승전 모습. <월간탁구> 제공
한편 이번 코리아오픈 여자복식 결승에서는 중국의 첸멍-딩닝 짝이 같은 나라의 왕만위-주율링 짝을 3-1(14:12/9:11/11:9/13:11)로 누르고 우승했다. 여자단식에선 세계 1위 주율링이 3위 첸멍을 4-1(11:4/7:11/11:8/11:5/11:9)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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