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춘 카타(KATA·한국테니스진흥협회) 회장이 2일 경기도 남양주시 종합운동장 테니스코트(인조잔디)에서 서브 넣는 폼을 잡으며 활짝 웃고 있다. KATA 제공
“공을 세게만 치려하지 말고, 일단 ‘네모’ 안에 넣으란 말이야! 테니스는 실수를 줄여야 이기는 게임이여~.”
자신의 복식 파트너가 무리한 공격으로 실수를 하면, 즉각 이런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공을 좀 쳐본 사람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성기춘(68). 전국 동호인 테니스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한다. 왜? 23년 동안 동호인테니스 최대 단체인 사단법인 카타(KATA·한국테니스진흥협회)를 이끌어온 마당발이기 때문이다. 1950년생으로 칠순을 앞둔 나이지만 테니스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다. 섭씨 36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31일. 그는 이날도 오후 3시 어김없이 경기도 남양주시 종합운동장 테니스코트에 나타났다. 동호인들과 복식 게임을 하기 위해서였다.
“덥다고 테니스 못치나?” 성 회장을 비롯해 ‘국화부’(전국대회 여자복식 우승경험이 있는 동호인 그룹)의 고수인 고미주·김서희씨를 비롯해 ‘테니스에 죽고 사는’ 열성파 7~8명이 땡볕에도 복식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 나이에 저렇게 공을 치시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롤모델이죠.”
성기춘 회장이 2일 동호인들과 복식 경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KATA 제공
전국대회 복식 우승 135차례(동호인 대회는 주로 복식경기만 치름). 1986년, 만 36살에 고교동창이 서울 태릉에서 테니스를 치는 것을 보고 처음 라켓을 잡은 늦깎이지만, 성 회장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카타가 처음으로 동호인들의 전국 랭킹을 매기기 시작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7년 동안 그는 한 주도 장년부 1위를 놓쳐 본 적이 없다. 2001년 무렵엔 9주 연속 전국대회 우승 기록도 있다. 창원프린스컵에서는 본선 1회전에서 결승전까지 6경기를 모두 6-0으로 이기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2001년부터 3년 동안 무려 36번이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도 3개 대회(엔프라니배, NH농협은행컵, 백두대간배) 베테랑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m70, 67㎏의 다소 작은 몸집으로 왼손잡인데, 천안중·고시절 엘리트 탁구선수였던 점이 테니스를 잘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어릴 적 달리기를 하면 매번 1등 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1982년초 급성간염 판정을 받고 죽을 뻔한 이후 술·담배와는 완전 담을 쌓았다. 아침 6시30분이면 일어나 1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이후 20분 동안 걷고, 라켓을 들고 스윙연습을 300~400개 정도 한다. 부인이 차려준 고른 영양가를 갖춘 식사를 마친 뒤엔 코치를 만나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스트로크와 발리·스매싱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2~6시 사이 남양주종합운동장에서 공을 친다.
“시간을 투자해 연습하고, 자신보다 잘치는 사람과 공을 쳐야 실력이 늘어요.” 성 회장은 이렇게 강조하며 테니스를 잘치기 위한 자신만의 5가지 ‘비법’을 털어놨다. △게임 때마다 ‘실수 제로’를 목표로 한다 △경기 전 난타를 치면서 상대방이 뭘 잘하는지 본다 △로브를 위해 바람의 이동 방향을 파악해둔다 △서비스는 상대방이 잘 못하는 쪽으로 길게 넣는다 △리턴은 자신있게 한다는 것이다.
“테니스는 포핸드 치는 재미가 최고입니다. 능력, 돈, 인물, 학벌과 관계없이 테니스를 통해 만인과 소통한다는 점도 좋구요.” 성 회장이 말하는 테니스만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는 “테니스는 결국 즐기기 위해 치는 것”이라며 그것이 카타를 통해 자신이 이벤트와 투어 대회를 많이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카타는 올해 케이스위스(K-SWISS)배, 하나은행컵, 서울컵 등 48개의 전국대회를 주관한다.
남양주/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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