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호를 막아라.”
한국전력이 프로팀 대한항공에 짜릿한 역전승을 일구며 프로배구 초반 첫 이변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이변의 중심엔 오른쪽 공격수 정평호(26)가 있다. 정평호는 6일 경기에서 고비마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를 터뜨려 팀이 소중한 첫승을 챙기는데 앞장섰다. 22득점을 혼자서 뽑아냈다. 평소 단점으로 지적되던 가로막기도 6개나 해냈고 서브득점도 2개를 했다.
청소년 대표 출신인 그는 올초 프로배구 원년 시즌에도 612점을 기록하며 팀 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 바 있다.
그의 키는 배구선수로서는 작은 183㎝. 프로배구연맹에 등록된 선수 가운데 공격수로서는 최단신이다. 웬만한 세터보다도 작다.
그럼에도 그가 코트를 누빌 수 있는 힘은 다리에 마치 용수철을 단 듯한 엄청난 점프력에 있다. 제자리에서는 80㎝를 뛰고 러닝점프는 무려 1m 가까이 된다. 농구로 치자면 3m5 높이의 농구 림에 덩크슛을 할 수 있는 정도다. 남 보다 10㎝ 작은 대신 그 이상 점프를 더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작전이다.
삼성화재에 입단했지만 ‘월드스타’ 김세진과 ‘짱가’ 장병철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다 올해 1월 한전으로 이적해왔다. 그리고 그 동안 벤치에서 근질근질했던 몸을 두 시즌 연속 신나게 풀고 있다.
공정배 한전 감독은 “평호는 팔팔한 나이에 워낙 힘이 좋아 요즘 맘껏 때리고 싶은대로 때리고 있다”며 “이번 시즌에도 팀내에서 가장 많은 구실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다른 프로 팀들도 자칫 정평호를 풀어놨단 대한항공에 이어 두번째 이변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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