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라의 공격수 조민호가 지난 2017~2018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대명 킬러웨일스와 경기에서 돌진하고 있다. 안양 한라 제공
앞니 세개가 또 부러졌다. 이번이 두번째다. 웃을 땐 바람이 샌다. 처음엔 “훈장”이라고 했다. 이번엔 ‘관록’ 같았다.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의 새 주장 조민호(31)는 2018 평창올림픽 체코전에서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골을 터뜨린 ‘전국구’ 스타다. 웨이트로 다져진 탄탄한 몸과 순간 스피드, 뛰어난 슛 감각으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5일 안양빙상장에서 2018~2019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안방 개막전(8일)을 준비하기 위해 훈련 중인 그는 “이번 시즌엔 각 팀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팬들이 화려한 플레이와 공격적인 아이스하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팬 서비스를 우선시했다. 5월 국제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 라트비아전에서 퍽에 맞아 임플란트했던 앞니 세 개가 떨어져 나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안양 한라, 대명, 하이원 등 한국의 3팀을 비롯해 일본(4팀)과 러시아(1팀)까지 8팀이 참여하는 아시아리그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우승 다툼을 예고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선수들이나, 외국인 선수 제한에 걸리지 않는 러시아 선수들이 각 팀에 합류하면서 전력보강이 이뤄졌다. 4년 연속 챔피언에 도전하는 조민호는 “위협적인 팀들이 많이 늘어나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지만 우리는 완성된 팀이다. 목표는 매 경기 승리”라고 강조했다.
안양 한라의 조민호가 5일 안양빙상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금 기자
조민호는 팀 승리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새 기록에 도전한다. 아시아리그 정규 332경기에서 112골 280도움주기를 쌓은 그는 이번 시즌 통산 400포인트(득점+도움)와 300도움주기 달성이 유력하다.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도움주기(송동환 283개) 경신도 확실시된다. 하지만 조민호는 “기록에 신경 쓰지 않는다. 팀 우승이 먼저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기록은 따오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같은 공격조에서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던 브락 라던스키가 은퇴한 공백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조민호는 “항상 라커룸에 있어야 할 라던스키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좋은 경기를 펴 나의 능력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엔에이치엘 출신의 동료 빌 토마스(35)에 대해서는 “하키 센스가 좋고 궂은일도 마다치 않는다. 수비가담도 좋고 잘 맞는다”고 칭찬했다.
마르티넥 안양 한라 감독은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과 안양 한라의 신예들이 대표팀에 2~3명 더 합류하는 것”으로 꼽았다. 부주장 김상욱(30)과 함께 팀을 이끌어 가는 조민호 역시 송형철(22)과 강윤석(26) 등 젊은 후배들에 대해 “워낙 영리하고 알아서 잘 한다”며 기를 북돋우고 있다.
비시즌이나 휴식할 때도 체력을 다지는 그는 ‘배고픈 맹수’처럼 뛰며 빙판을 열정으로 녹인다. “이빨은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했다가 또 잘못되면 잇몸까지 망가질 수 있다. 은퇴 뒤에나 임플란트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 한라는 8일 오후 5시, 9일 오후 3시30분 일본의 오지 이글스와 개막전을 치른다.
안양/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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